또다시 질식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자들이 맨홀 안에서 작업을 하던 중 질식사한 것이다. 질식 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 형 안전사고다. 대부분이 작업 현장의 안전 관리 소홀 등 안전불감증이 초래한다. 맨홀 등 지하 시설 관리 시 더욱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대응 매뉴얼도 꼼꼼히 재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오후 5시40분께 대구 달서구의 한 자원 재활용업체 맨홀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근로자 5명 가운데 4명이 쓰러졌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심정지 상태를 나타냈던 A(56)씨 등 2명이 숨졌다. 나머지 2명도 위중한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맨홀 청소 작업 중 작업자 1명이 먼저 쓰러졌고 인근 작업자 3명이 동료를 구조하려고 맨홀에 들어간 후 이들 역시 질식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맨홀은 2m가량의 깊이로 젖은 폐지 찌꺼기 등이 쌓이면 수개월에 한 차례씩 청소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사고 직후 소방당국은 해당 맨홀에서 잔류 가스를 측정한 결과 인체에 해로운 황화수소와 이산화질소 등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근로자들이 맨홀 내부에 차 있던 가스에 질식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질식 사고는 잊어질만하면 발생하곤 한다. 지난 4월에는 부산 사하구의 한 하수도 공사 현장 맨홀에서 작업하던 중국 동포 인부 3명이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에 질식돼 쓰러져 숨졌다. 지난해 9월엔 경북 영덕의 한 오징어 가공업체 지하 탱크에서 작업하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황화수소와 암모니아 가스 등에 노출돼 숨졌다. 당시 현장에서도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황화수소 등 가스가 측정됐다.

영덕 사고 당시 사망자 4명 모두 방독면과 안전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달서구 맨홀 사고도 안전장비 착용 등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된 근로자들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등 안전을 생활화해야 한다. 질식 사고는 부패를 앞당기는 무더위도 한몫했겠지만 대부분이 관리 업체와 근로자들의 안전 의식 소홀이 빚어낸 인재다. 언제까지 이런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을 되풀이할 것인가. 참 안타깝고 답답하다. 관련 업체는 작업 전 가스 발생 상황을 반드시 점검하고 작업자들의 안전 장비 착용 유무와 안전 수칙 준수 여부를 수시로 체크, 질식 사고를 추방해야 한다. 근로자도 본인의 안전은 본인이 챙겨야 할 것이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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