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석 더불어민주당, 상임위원장도 독식...통합당 “의회 독재 선포”

발행일 2020-06-29 17:07:1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3차 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는 가운데 미래통합당 의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원 구성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불참 속에 29일 본회의를 개최해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강행했다.

176석의 의석 수를 확보한 거대여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직까지 독점하면서 국회는 사실상 민주당이 장악하게 됐다.

통합당이 원구성 협상안에 반발하면서 상임위원 명단을 내지 않자 박 의장은 강제로 통합당 상임위원을 배치시켰다.

민주당이 이날로 사실상 모든 상임·특별위원장 자리를 꿰차면서 1985년 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수 원내 1당이 정보위를 제외하고 상임·특별위원장 전석을 차지하게 됐다.

시기를 민주화 이후로 설정했을 땐 최초다.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직을 배분하는 관행은 13대 국회(1988~1992) 때부터다.

이날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운영위원장 김태년 △정무위원장 윤관석 △국토위원장 진선미 △교육위원장 유기홍 △과방위원장 박광온 △환노위원장 송옥주 △행안위원장 서영교 △문체위원장 도종환 △농해수위원장 이개호 △예결위원장 정성호 △여가위원장 정춘숙 등으로 전원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통합당은 강력 반발했다.

통합당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발언과 SNS 게시글 등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의장실 탁자를 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한 당이 21대 국회 하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너희가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있으면 (이기고) 그때 가져 가봐’라는 비아냥으로 들려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 한국의 의회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렸다”며 “야당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의회를 여당 마음대로 운영하겠다는 ‘독기’를 뿜어내고 있다. 1당 독재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두환 정권이 국회 의석이 모자라 무릎을 꿇었나”라며 “역사는 2020년 6월29일, 33년 전 전두환 정권이 국민에 무릎 꿇었던 그날, 문재인 정권이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도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을 비판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변인은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에게만 주어진 권한이지만 교섭단체 양당은 협상에 실패해 18개 상임위원장을 하나의 당이 독식하는 사태가 됐다”며 정의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의당 의원들은 본회의엔 참석했으나 상임위원장 투표가 시작되자 퇴장했다.

반면 박 의장은 “국민과 기업들의 절박한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 원구성을 마치기로 했다”며 “의장과 여야 모두 국민과 역사의 두려운 심판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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