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최저임금 인상, 면밀한 검토부터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업종을 몇 개 집단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안이 무산됐다. 6월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된 것이다. 이로써 1일부터 열리는 회의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얼마로 정할지 논의할 일만 남았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아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당위성에만 매몰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당위론은 예상되는 부작용을 살펴볼 여지를 없애기 때문이다. 특히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있어 더욱 조심해서 추진해야 할 일들이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이때까지는 최저임금을 보장해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한다는 당위성에만 집착해왔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떤 파장이 일어날 지는 세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 아니 애써 외면해왔다는 말이 맞겠다.

실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되어 왔다. 자영업자들은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에 줄줄이 폐업하고 있고 규모가 있는 기업조차 채용을 망설이고 있다.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일자리 구하기는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그나마 단시간 일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토막근로’나 ‘메뚜기족’ 청년들만 양산하고 있다.

이처럼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는데 오히려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낳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라고 부른다.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당시의 인도에선 코브라에 물려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에 영국정부는 잡아오는 코브라 한 마리당 포상금을 주는 캠페인을 벌였다. 처음엔 실제로 코브라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1년, 2년 시간이 지날수록 코브라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코브라 포획으로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포상금을 노린 사람들이 너도나도 코브라를 사육하기 시작해서였다. 이 때문에 포상금 지급을 중단하자 사육하던 코브라를 내다 버리는 바람에 개체 수는 예전의 수십배로 증가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한 대책이 전혀 의도하지 못했던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다.

실제 이같은 ‘코브라’가 우리나라 곳곳의 현장에 똬리를 틀고 있다. 실손보험이 대표적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지않는 진료비를 보장해준다는 점 때문에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보험금 지급액이 더 가파르게 늘어났다. 병원의 과잉진료에, 보험 가입자들의 ‘의료쇼핑’까지 더해진 결과다. 결국 착한 대다수 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더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 여야가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복지정책들도 ‘코브라’이다.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적자 재정은 애써 외면한다. 부동산 부양 정책 이후에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는다며 쏟아내는 정책들도 ‘코브라’이다. 냉탕온탕을 오가는 정책들만 양산해낸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일정부분 보장해준다는 기대로 시작했던 최저임금제도도 대표적인 ‘코브라’이다. 너무 가파른 인상으로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최저임금 일자리를 줄여 ‘최저임금의 역설’이라는 용어만 나돌고, 자영업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만 내고 있어서다.

지금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또다시 두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나온다면 한계상황에 처해있는 563만 명(2018년 통계청 자료)의 자영업자들 대부분 파산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600여 중소기업 중 약 60%가 최저임금 인상 땐 고용축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적인 명분에만 집착해 정책을 시행하다보면 엉뚱한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걱정한다면 부작용을 해소할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말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천1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에 관해 물은 결과가 말해준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관해 물은 결과 ‘올해보다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28%에 그쳤고 ‘올해 수준 동결’ 응답이 56%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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