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교회에 1천억 원대 소송

발행일 2020-07-02 14:53:1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얼마 전 대구시가 신천지 대구교회를 상대로 1천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신천지 교회 측이 전파 장소가 됐을 가능성이 큰 교회 시설과 교인 명단을 고의로 누락한 데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대구의 경제적, 사회적 피해 규모는 추정 집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막대하다. 또 그 피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 피해가 모두 신천지 대구교회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그러나 대구 첫 확진자였던 그 교회 신자, 그리고 그 후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확산 과정에서 보였던 교회 측의 대응은 대구의 코로나 피해를 키우는 데 분명 그 책임이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시의 소송 제기는 응당한 조치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천지 대구교회에 끝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시민정서를 생각한다면 금전적 피해보상 외에 다른 어떤 제재라도 신천지 교회 측은 달게 받아야 할 판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공동체의 안전이 의외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의료기술과 과학기술은 상상한 것들을 다 현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발전하고 있지만, 세상은 아직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것들에 의해 쉽게 구멍이 뚫리고 허물어질 수 있음을 지금 목격하고 있다.

코로나19 위협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개인위생 수칙 준수가 전부인 현실도 그 예가 될 것이다. 치료제도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코로나 사태에서 감염병 확산과 방역이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그래서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신천지교회 집단감염 사태만 봐도 그들의 지나치게 비밀스러운 활동과 교인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주의 등 교인들의 행동이 당시 전염병 확산을 더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쓸데없는 가정이겠지만 그때 만약 신천지 교회와 신도들이 더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면 대구 피해가 이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코로나19가 위력을 떨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기심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한 의학적 대응법이 없는 이번 전염병 발생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 개인위생 수칙 준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이에 아랑곳없이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증상이 있는데도 여러 곳을 여행 다닌 사람이 있고, 확진 판정 이후 방역 당국의 이동경로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아예 거짓말을 한 이들도 많이 나왔다.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이 문제로 버스나 택시 기사들과 다투는 손님도 있다. ‘나만 괜찮으면 다른 사람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과 다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까. 변덕스러운 개인의 양심과 도덕심에만 맡겨 놓는 것을 우선해야 할까, 아니면 강제력이 있는 법, 제도라는 수단을 통해 통제, 관리해야 할까.

최근 지역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6월 초 폭염 대책의 하나로 ‘양산 대여 사업’을 시작하고 3주가량이 지났는데 준비한 1천여 개 양산 가운데 분실된 것이 2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2015년과 2018년에도 ‘양심 우산 대여 사업’을 했는데, 그때는 시행한 지 한 달 만에 준비한 우산의 절반 정도가 분실되거나 파손돼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대구 도시철도의 전 역사에는 5월부터 ‘양심 마스크 무인판매대’가 설치돼 있어 필요한 사람은 누구라도 현금 1천 원을 놓고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서도 한 달여 동안 도난 사례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들의 시민의식과 공동체의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근래 포스트 코로나란 말이 자주 쓰인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언택트 문화, 원격교육, 재택근무 등이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보편적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을 거란 예측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체험하고 있는 것 중, 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내가 조심해도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이다. 이 경험이 앞으로 공동체에 가져다줄 변화도 궁금하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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