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배아픈 건 못 참는다…일본의 심술

홍석봉 논설위원

1602년 네덜란드는 아시아 지역의 식민지 경영과 무역을 위해 동인도 회사를 세우고 영국과 식민지 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17세기 후반 3차례에 걸친 영국과 네덜란드 전쟁을 계기로 네덜란드의 제해권(制海權)은 영국으로 넘어갔다. 이런 가운데 영국인과 네덜란드인이 충돌했다. 이후 양국은 갈등이 이어졌다. 영국인들이 네덜란드인(dutchman)을 탓하기 시작하면서 ‘더치(dutch)’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비용을 각자 서로 부담한다는 뜻의 더치 페이(dutch pay)라는 말은 ‘더치 트리트(dutch treat)’에서 유래했다. 더치 트리트는 다른 사람에게 한턱내거나 대접하는 네덜란드인의 관습이었다. 영국인들은 그들의 오랜 관습이었던 ‘더치 트리트’를 ‘지불하다’라는 뜻의 ‘페이’로 바꿔 네덜란드인을 인색한 사람들로 조롱했다.

영국인은 온갖 나쁜 것에 더치라는 말을 붙여 놀리고, 경멸하고,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했다. 더치 콘서트(dutch concert)는 소음이나 술에 취해 제각기 떠들어대는 소란의 뜻으로 사용된다. 더치 액트(dutch act)는 자살행위를 말하는 식이다. 경쟁 관계의 이웃이 경멸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우리가 일본인을 ‘왜놈’, 중국인을 ‘되놈’이라고 낮춰 불렀던 것과 마찬가지다. 네덜란드만 분통 터질 노릇이다.

-일본의 잇단 몽니…추월 당할까 몸달았나

한·일 양국이 G7 정상회의 확대 여부를 놓고 다시 맞붙었다. 역사 문제를 두고 시작된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 등 4개국을 참여시켜 11개국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참가를 단호히 반대했다. 북한과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자세가 G7과는 다르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현재의 G7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대응 저변에는 다분히 아시아 유일의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자존심이 훼손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한국이 선진국 그룹의 멤버가 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눈꼴 시려 못 봐주겠다는 것이다. 치졸하기 짝이 없지만 한때 세계2위의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이 하는 행티가 요즘 이렇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우월감이 상처 입고 최근엔 추월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초조감에 몸이 달았다.

일본은 과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선출 때도 반대표를 던졌다. 최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출마에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지는 한국에 대해 적개심과 경계의 눈초리가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일본의 몽니가 최근 부쩍 심해진 듯하다. 1년 전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주요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통상 보복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국은 되레 기술 국산화 기회로 삼았다. ‘탈 일본’ 성과도 어느 정도 거뒀다. 일본 언론은 최근 ‘한(韓) 반도체’ 급소 찌르기 수출규제로, 일본만 타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대한 수출 규제 정책을 혹평했다. 실패작이며 스스로 자기 눈을 찔렀다는고백이다.

-적대감 가득한 시기심, 저급한 품성만 노출

‘사촌 논 사면 배 아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 돈을 벌어서 논을 사는 것은 괜찮은데 자신과 친한 사람이 잘 되는 것은 배알이 꼴려 못 본다는 뜻이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전형적인 시기심의 발로다.

독일의 심리학자 롤프 하우블은 ‘시기심’이라는 책에서 (적대적인) 피해를 주는 시기심, (우울한) 무기력한 시기심, (야심에 찬) 고무적인 시기심, (분노에 찬) 논쟁적 시기심 네 가지로 분류했다. 그는 우울은 자책으로, 분노는 분배를 위한 투쟁으로 바뀌고 야심은 상대처럼 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일본의 시기심은 한국에 대한 적대감만 가득하다. 결코 일본에 도움 되지 않는다. 국격만 훼손하고 일본인의 저급한 품성만 노출할 뿐이다. 하우블은 ‘시기심은 한 사람의 생동감과 창의력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를 방해한다’고 했다. 결국 너무 배 아파하다가는 일본만 우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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