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까지, 보물 ‘신찬벽온방’등 43점 전시

▲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역병을 이겨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다.역병을 극복하기 위해 의서를 보급했다는 기록도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전시실 내부
▲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역병을 이겨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다.역병을 극복하기 위해 의서를 보급했다는 기록도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전시실 내부
‘두창’, ‘온역’, ‘홍역’.

지금은 용어도 생소한 질병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이런 역병을 이겨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전시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다. 코로나19로 전국이 열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국립대구박물관(이하 박물관)이 다음달 2일까지 ‘기획전시실1’에서 진행하는 테마전 ‘조선, 역병에 맞서다’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전시다.

1부 ‘조선을 습격한 역병’에서는 조선시대 유행했던 대표적인 전염병들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소개하고 역병에 희생된 사람들과 역병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천연두나 마마로 불리는 ‘두창’으로 죽은 아이들의 묘지명, 조선 중기의 예학자 정경세(1563~1633)가 두창에 감염돼 죽은 아들을 기리며 쓴 제문 등이 당시 전염병의 참상과 슬픔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 등준시무과도상첩 김상옥 초상화
▲ 등준시무과도상첩 김상옥 초상화
또 이번에 함께 전시된 1774년(영조 50) 제작된 ‘등준시무과도상첩’에는 김상옥·전광훈·유진하 세 사람의 초상화에서 두창의 흉터(곰보)가 확인된다. 책에 수록된 18명 가운데 3명의 얼굴에 흉터가 남아 있을 만큼 만연했던 두창은 당시 극복하기 힘든 무서운 전염병이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병을 이겨낸 희망의 메시지도 전해준다.

2부 ‘역병 극복에 도전하다’에서는 17세기 초 ‘온역’과 18세기 ‘홍역’ 등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한 조선 조정의 노력을 조명한다.

허준박물관 소장자료로 이번에 전시된 ‘신찬벽온방’(보물 1087호)은 1613년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한 의서로 1612년부터 1623년까지 조선 전역을 휩쓴 온역에 대응한 일종의 응급지침서다. 이 책은 전염병의 종식을 위해서는 통치자의 반성과 함께 공동체가 고통을 분담해 대처하는 인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또 ‘동의보감’, ‘언해두창집요’에서는 허준이 두창의 발병에서부터 완치까지 단계별 임상 증상, 치료 방법, 탕약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를 통해 당시 만연한 치명적인 전염병에 대처하고자 한 허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흉년과 전염병으로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긴급 구호 명령인 ‘자휼전칙’은 전염병의 공포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공동체 의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조상들의 지혜를 보여준다.

▲ 조선시대 역병은 민간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진은 '대신마누라'를 전시한 모습
▲ 조선시대 역병은 민간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진은 '대신마누라'를 전시한 모습
마지막 3부 ‘신앙으로 치유를 빌다’에서는 전염병의 공포를 신앙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백성들의 마음을 살펴본다.

여기서는 조선시대 내내 두려운 존재였던 두창이 고귀한 신으로 받들어져 ‘호구마마’, ‘호구별성’ 등 무속의 신이 되는 과정도 보여준다. 괴질이 돌 때 큰 역할을 한다고 여긴 ‘대신마누라도’, 전란과 역병 같은 국가적 재앙에서 백성을 구원해 준다는 ‘석조약사여래좌상 ’ 등도 선보인다.

국립대구박물관 함순섭 관장은 “전염병은 끔찍한 공포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큰 변곡점이 되기도 한다”며 “지금보다 더 참혹했을 역병 속에서도 삶을 살아 낸 그리고 그 공포를 적극적으로 함께 이겨내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의지를 이번 전시에서 확인하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문의: 053-768-6054.



▲ 광해군 5년인 1613년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한 '신찬벽온방'. 1612년부터 1623년까지 조선 전역을 휩쓴 온역에 대응한 일종의 응급지침서다.
▲ 광해군 5년인 1613년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한 '신찬벽온방'. 1612년부터 1623년까지 조선 전역을 휩쓴 온역에 대응한 일종의 응급지침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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