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경제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고통받는 경제주체를 중심으로 정책당국의 위기대응책이 추진되기 마련이다. 생계자체가 늘 위협받는 저소득층 가계는 말할 것도 없고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도 정책당국의 우선 배려 대상이다. 소상공인들은 지역경제와 가계의 버팀목이고 중소기업은 국가경제의 실핏줄이자 국내 전체 일자리의 90% 정도를 담당하는 고용 댐이어서 이들을 위기로부터 지켜내는 것은 정책당국이 당연히 해야만 할 일인 것이다.

심지어 여기에는 대마불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있으니 위기의 조기 극복과 경제사회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정책당국의 배려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도 이쯤 되면 더 이상 정책당국의 배려라는 그물에서 벗어난 경제주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여전히 그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속칭 ‘코로나 세대’라 불리는 1990년대생 중심의 청년층 일자리 문제에 대한 배려는 너무 부족해 보인다. 위기라 그렇겠지 하고 이해는 가지만 이제는 아예 사회적인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통상 기업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위기가 진행되면 신규 투자와 고용을 회피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이 과정에서 신규채용은 당연히 축소 또는 연기된다. 즉 고용기회 자체가 터무니없이 축소됨은 물론이고 그나마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서도 청년들끼리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대규모 실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 정책당국이 의도적으로 일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시기라면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설혹 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위기 회복 과정에 진입했다 손치더라도 청년들의 고용환경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채용행태를 볼 때 대규모 신규채용을 진행하기 보다는 경력자나 숙련자 등을 중심으로 당장 필요한 인력에 대한 소규모 채용에 나설 것이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들 입장에서 보면 비슷한 조건의 동년배 간 경쟁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노동 숙련도가 높은 이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겨내야만 그야말로 신규 일자리 쟁취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고 국내 사정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해외에서 지금 당장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는 사실로 자칫 청년층의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취업이나 실업 경험 그 자체가 구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낙인효과(Stigma Effect)까지 겹치게 되면 일자리 찾기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청년들의 노동 숙련 기회는 점차 상실될 것이고, 미래 고용가능성은 더 낮아지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졸업 후 미취업 상태인 청년층들은 실업급여 등과 같은 사회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도 없는 사각지대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에는 고용가능성을 높여 일자리를 손에 쥐기 위해 부담해야 할 청년들의 사적비용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에 생애소득은 그만큼 축소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일자리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는 청년층이 그 누구보다 더 큰 정책적 배려를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이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적자본의 투입 감소로 잠재성장률 하락이 확실시되는 우리 경제 입장에서 볼 때도 청년층 일자리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꼭 필요하다. 현재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2천800만 명 내외 수준이다. 여기에 470만 명을 상회하는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정 부분이 더해진다고 생각해보라. 적어도 잠재성장률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만큼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또한 청년층에 대한 정책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왜 코로나 세대가 아니 우리 청년들이 끊임없이 일자리에 관해 소외감과 상실감을 토로하는 지 이제라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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