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첫 공립고교로 60년대 초반 경북 시장·군수 절반이 동문

▲ 대구·경북 공립학교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농업마이스터고는 약10만여 평의 방대한 학교부지에 남녀학생 약 62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 대구·경북 공립학교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농업마이스터고는 약10만여 평의 방대한 학교부지에 남녀학생 약 62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대한제국 융희 4년(1910년) 3월14일. 서라벌 정기받아 여기 영글어, 교남의 생명어린 달벌 옛고장, 동해 동녘 바다의 해떠온 아침, 화풍이 이 강산에 가득히 차고, 푸르른 청풍 뻗쳐 팔공 엉길제…’



올해로 개교 110년을 맞는 대구농업마이스터고(이하 대구농림고)의 백년사 책자에 나오는 글귀 한 구절이다.



대구·경북 공립학교로는 가장 먼저 설립된 대구농림고는 1910년 3월14일 순종의 칙령 반포에 따라 학교설립 인가를 받고, 그해 5월10일 교동(구 향교)에서 정식으로 개교한다.



학교가 개교한 1910년은 우리민족에게는 영원히 잊혀 지지 않을 아픈 역사를 간직한 해이기도 하다. 바로 국권을 침탈당한 한일합병이 일어난 해다.



대구농림고는 교동(구 향교)에서 개교한지 5개월만인 1910년 10월4일 지금의 경북대사대부고 자리에 신축교사를 지어 이전하고, 다음 달인 11월에 대구공립농림학교로 정식 개칭하게 된다.



개교 당시 본과와 속성과 2개과로 나눠 모집한다. 본과는 농업·임업에 관한 전문교육을 가르치는 2년 과정이었고, 속성과는 임시 토지조사원 양성을 목표로 한 1년 과정이다.



이후 1923년 학교는 대구 신천동 현재의 쌍용화성아파트 자리를 거쳐 1955년 수성동 현재 대구교육청자리로 이전, 1981년 3월에 현재 자리인 수성구 노변동으로 다시 이전한다.



▲ 1910년 5월10일 대구 교동(구 향교)에서 개교한 이래 여러차례 이전을 거듭하다 현재의 수성구 노변동에 자리잡은 대구농업마이스터고등학교
▲ 1910년 5월10일 대구 교동(구 향교)에서 개교한 이래 여러차례 이전을 거듭하다 현재의 수성구 노변동에 자리잡은 대구농업마이스터고등학교


110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구농림고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학교명칭도 변경을 거듭한다.



1910년 3월에 ‘대구공립농림학교’로 인가를 받은 다음, 광복 이듬해인 1946년 1월7일에 ‘대구농림중학교’로 개칭하고, 다시 한국전쟁 다음해인 1951년에 ‘대구농림고등학교’, 2000년 3월1일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 2017년3월1일에 현재의 ‘대구농업마이스터고’로 교명을 개칭한다.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졸업 동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스터고로 전환한 대구농림고는 농업과 ICT·BT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산업 등장 및 고부가가치 창출의 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도시형 첨단농업경영 분야의 영마이스터 양성을 목표로 한다.



대학 캠퍼스에 버금가는 약10만여 평의 방대한 학교부지에 남녀학생 620여 명이 자연과 더불어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활한다.



이들은 전공 교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한편 관련 자격증 취득, 각종 전국 대회 수상, 기업 및 공공기관 취업, 영농창업 등 다양한 부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 2010년 건립된 '개교100주년 기념탑'에 재학생 대표와 총동창회 대표가 헌화하는 모습
▲ 2010년 건립된 '개교100주년 기념탑'에 재학생 대표와 총동창회 대표가 헌화하는 모습
대구·경북지역 공립고등학교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대구농림고는 2010년 5월에 개교100주년을 기념하는 동문음악회와 동문한마음체육대회를 열어 100년 역사를 기념하고 선후배간의 단합을 도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전국에서 모인 동문과 동문가족 3천여 명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총동창회는 더 높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비상하는 날개를 형상화’한 100주년 기념탑 제막식을 가지고 ‘대구농림고등학교 100년사’를 발간한다.



또 한국전쟁70주년에 즈음해 당시 학생의 신분으로 전쟁에 참여한 학도의용군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다.



당시 대구농림중학교(대구농업마이스터고 전신)는 지역에서 가장 많은 140명의 재학생이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하게 된다. 38회부터 41회 졸업생으로 당시 9명의 어린학생이 희생되기도 했다.



이에 총동창회는 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3년 학교 교정에 참전기념비를 세웠다.



대구농림고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배출한 인물도 걸출하다. 농림고라는 교명 때문에 우리나라 농림업분야를 대표하는 인재를 주로 배출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졸업생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1960년대 대구·경북지역 시장 군수의 절반이 동문이었다는 대구농림고의 정관계인맥은 화려하다.



행정 관료로는 신현돈 전 내무부장관(8회)을 비롯해 김병윤 전 농림부장관(14회), 현석호 전 국방부장관(17회), 김영준 전 농림부장관(23회), 김덕엽 전 경북도지사(29회), 박창규 전 대구시장(32회), 구자춘 전 내부무장관(39회), 이용택 전 경북관광개발공사 사장(39회), 윤우길 전 동대문구청장(46회) 등이 있다.



▲ 대구농업마이스터고는 지난해 대구그랜드호텔에서 정기총회 겸 총동창회장 이취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제24대 총동창회장으로 이정현(61회)회장이 취임했다.
▲ 대구농업마이스터고는 지난해 대구그랜드호텔에서 정기총회 겸 총동창회장 이취임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제24대 총동창회장으로 이정현(61회)회장이 취임했다.
또 국회에는 김보영 전 의원(20회)을 필두로 권복인 전 의원(20회), 마달천 전 의원(36회), 이종식 전 의원(38회), 황병우 전 의원(38회), 황병태 전 의원(38회), 이용택 전 의원(39회), 이종진 전 의원(55회) 등이 모두 대구농림고 출신이다.



학계에서는 1913년 본과 2회를 졸업한 오장수 초대교장을 시작으로 양인석 박사(17회), 한명수 전 경북대총장(26회), 손태현 전 해양대학교총장(29회), 국문학자인 서수생 박사(31회), 김의원 전 경원대 총장(37회), 정연식 전 경북대 학장(38회), 권도혁 법학박사(39회), 송학준 전 용인대교수(42회), 도정기 전 부교육감, 경북과학대 총장(53회), 오규실 전 대구미래대교수(55회), 김인석 전 영남대 교수(57회) 등이 있다.



특히 수재로 알려진 손태현 전 해양대학교 총장(29회)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는데 유일하게 대구농림고에서는 4등 이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손 전 총장은 영남지역 인재 양성소 역할을 했던 대구농림고에 당시 수재들이 그 정도로 많았다고 회상하며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모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총동창회 행사가 열리면 부산서 대구까지 한걸음에 달려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7월 총동창회 주관으로 영천 오수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대농(AMPG)파크골 창단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지난해 7월 총동창회 주관으로 영천 오수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대농(AMPG)파크골 창단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구은행장을 역임한 권승호(24회)씨와, 오동수 전 서울은행장(24회), 정달용 전 대구은행장(28회), 정재경 전 육군50사단장(43회) 등도 모두 대구농림고 출신이다.



지금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동문으로는 소설 ‘객주’의 저자로 유명한 소설가 김주영(45회) 작가를 비롯해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한 진영환 삼익THK대표이사(52회), 한우유통업계의 성공 모델인 김치영 일품한우 대표(55회), 성서공단 이사장 추광엽 벽진바이오 대표이사(64회), 세계양봉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벌수염 사나이’로 유명한 안상규 안상규벌꿀 대표(69회), 대한민국 난초명장 이대발 연구소 소장, 이대건 관유정 대표(73회) 등이 대표적인 동문이다.



▲ 총동창회는 재학생들을 위한 각종 장학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정현 총동창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재학생에게 동창회 장학금을 전달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총동창회는 재학생들을 위한 각종 장학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정현 총동창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재학생에게 동창회 장학금을 전달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구농림고등학교총동창회는 후배들을 위한 장학 사업에도 열성이다.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각과별 수석입학생과 특기반 학생을 대상으로 동창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1987년 2월부터 출연한 금보 김영준(23회) 장학금을 비롯해 2000년 12월부터 출연한 호산 김정수(28회) 장학금 등이 해마다 주어진다.



이밖에 동문 개별 장학금으로 법률가인 백오윤(23회) 동문의 유지에 따라 고인의 딸이 매년 500만 원을 관악부 장학금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 대구농림고 52회 졸업생인 진영환 삼익THK회장(전 대구상공회의소장)이 재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직접 전달하고 있다.
▲ 대구농림고 52회 졸업생인 진영환 삼익THK회장(전 대구상공회의소장)이 재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직접 전달하고 있다.
이밖에도 1억 원을 출연한 진영환(52회) 삼익THK회장 외에 추광엽(64회) 동문을 비롯한 많은 동문들이 장학 사업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1963년 결성된 대구농림고등학교총동창회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경북 등 각 지역별 동문회를 결성해 운영한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 개교해 일본인 졸업생들도 다수 포함되기 때문에 재일본동창회도 조직돼 있다.



초대 총동창회 집행부는 구흥관(17회)회장과 백오윤(23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현재 24대 이정현 회장(61회)과 예병훈 수석부회장(62회)이 동문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 총동창회 주관으로 매년 '동문가족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해 전국에 흩어진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 총동창회 주관으로 매년 '동문가족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해 전국에 흩어진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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