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둔치, 공원 등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지만, 마스크 내팽개치기 일쑤||대구시, 보건복지부

▲ 지난 10일 오전 야외기온은 30℃에 육박하고, 장맛비가 쏟아진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구 북구 칠성교 하천둔치에는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 지난 10일 오전 야외기온은 30℃에 육박하고, 장맛비가 쏟아진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구 북구 칠성교 하천둔치에는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 지난 10일 오전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휴관을 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경로당을 방문한 한 어르신이 굳게 잠긴 문을 흔들어 본 후 발길을 돌렸다.
▲ 지난 10일 오전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휴관을 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경로당을 방문한 한 어르신이 굳게 잠긴 문을 흔들어 본 후 발길을 돌렸다.
코로나19 탓에 대구지역 경로당, 복지관 재개관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지역 내 어르신들이 갈 곳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6일 경로당 재개관을 앞뒀던 대구시가 코로나 재확산 우려로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르기로 하면서 경로당 등이 또다시 잠정폐쇄됐고, 무더운 여름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은 내쫓기다시피 야외 공원이나 지하철 역사 등으로 모여들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기온이 30℃에 육박하는 무더위에다 가끔씩 장맛비가 쏟아 내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구 북구 신천둔치 칠성교 아래에는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장기와 바둑을 즐기거나 구경하는 등 생활 속 거리두기가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이며 시간보내기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어르신들은 인식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내시느냐는 질문에 김모(74·여·중구 동인동) 어르신은 “집 근처에 은행과 동사무소가 있어 가끔 가보기도 하지만 조금 앉아 있으면 눈치가 보여 금세 나오게 된다”며 “코로나 때문에 노인들의 놀이터인 경로당 문을 안 여니 아무리 더워도 동네 노인들과 신천둔치로 나온다. 걸어오기에는 좀 멀긴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려면 여기까지 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평소 어른들이 많이 모이는 반월당역 메트로센터 중앙분수센터와 범어아트스트리트 중앙 광장 쉼터도 요즘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더 많이 모여들고 있다.

12일 대구시에 따르면 경로당은 1천522곳, 노인복지관은 19곳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 2월부터 폐쇄된 후, 5개월가량 모두 문을 닫아 노인들이 갈 곳이 없어진 상황이다.

앞서 대구시는 대안으로 야외 쉼터를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소 선정부터 지지부진한데다 최근 장마, 폭염을 거치며 삼복더위가 성큼 다가온 것.

어르신들의 보호차원에서도 지자체의 경로당의 탄력적 운영 및 실내 쉼터 마련 등 적극적인 대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부 구·군청에서는 뚜렷한 대책 없이 시의 재개관 지침만을 기다리며, 경로당 등의 실내 공간을 재정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우리도 어르신들의 실정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어 대구시의 재개관 허락 공문을 기다리고 있다”며 “재개장을 위한 준비로 경로당 소독 방역 및 실내 에어컨필터 청소를 완료하는 등 재정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 등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은 늘어나고 있다.

김현택(57·수성구 범어동)씨는 “연세가 많은 어머니가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밖에 나가 몸도 움직이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야 하는데, 평소 출근하다시피 하는 동네 경로당이 폐쇄되니 갈 곳이 없어져 많이 답답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모(75·여·동구 신천동)씨는 “코로나 때문에 집 앞 경로당도 못가고 동구문화센터에서 하는 노래교실도 운영하지 않아 갈 곳이 없어졌다”며 “문화센터는 못가더라도 아파트 경로당이라도 문을 열어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천 대봉교와 침산교, 시내 도심 공원 5~6개소 등을 일부 지정해 대형 천막을 치고 냉방용품을 나눠주는 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야외 쉼터는 장마가 끝나고 추가 지정해 운영하려고 준비 중이다”며 “어르신들이 감염에 취약하다보니 전문가 자문을 거치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20일부터는 쉼터 기능만이라도 운영할 수 있게 회의를 거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는 20일부터 전국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대구시는 운영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김지수 수습기자 jisukim@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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