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들의 유쾌한 반란을 보면서

발행일 2020-07-15 11:08:2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얼마 전까지 만해도 국내외 금융시장이 어디로 향할지 누구 한 사람 감히 자신있게 예상하지 못했었다. 기껏해야 불확실성이 커 상품 가격의 하향 조정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지난 해 말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던 코로나19가 올 초 팬데믹으로 발전해 가는 동안 위험자산인 주식과 유가 등 주요 상품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했던 반면에 미국 달러화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가치는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지금의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나스닥의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다우존스지수와 S&P 500지수도 벌써 수개월 동안 회복세를 이어가며 과거 최고점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은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도 마찬가지다.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안전자산 대로 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점만 빼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경험을 돌이켜 볼 때 이번에도 어김없이 원화 환율이나 주가는 급등한 후 상당한 조정기간을 거쳐야 할 것으로 봤으나 예상 밖으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안정세를 되찾았다. 증시는 오히려 이게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봐야 하겠다. 정책 당국의 공매도 금지 효과도 있어서 그런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항상 주가 하락의 피해를 봤던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이번에는 너무도 잘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예상 밖의 일은 또 있다.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최근까지 89조 원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는 49조 원 수준이었던 지난 해와 비교해보면 2배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큰 규모다. 물론 이 중에는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섞여 있겠지만, 예년에 비해 이례적인 상황으로 그만큼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가 증가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감히 예측해보건데 아마도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에 비해 아직도 개인투자자들에게 마땅한 투자처를 제공하지 못하는 국내 자본시장의 여건에서 보자면 여전히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국내외 증시는 그만큼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터무니없이 낮은 예금,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과 넘쳐나는 규제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실물자산, 게다가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잇따른 대형 금융사고로 인한 자산의 위탁운용 리스크 상승 등을 고려해보면 국내외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를 늘려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특히 해외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얼마 전 발표된 정책당국의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이 원안대로 확정된다면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 소액주주 비과세 제도가 폐지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부과되어 왔던 해외주식에 대한 양도세율과 큰 차별성이 없어 해외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높이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즉, 개인투자자 스스로 투자자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라는 말이다. 예를 들면, 해외 증시의 시스템과 정보 및 변동성은 물론 글로벌 정치, 경제 환경 변화와 외환, 세금과 같은 비용 등 훨씬 많은 리스크를 개인투자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실물경기와 증시가 괴리를 보이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현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갑작스런 시장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사고에 휘말리지 않기 위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하튼 최근의 동향만 살펴보면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이제 겨우 그 동안의 피해를 만회하기 시작한 것 같아 참 다행이다. 투자자로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아무쪼록 이제 막 시작한 그들의 유쾌한 반란은 기필코 성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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