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초등저학년을 위한 교과 연계 동시·동화집

산비둘기 外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 연계 동시와 동화집이 새롭게 선보였다. 재미있게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교과 과정으로 연결되는 책들은 어린이들을 재미있는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산비둘기
◆산비둘기/권정생 지음/창비/96쪽/1만2천 원

담백한 동시와 소박한 그림을 담은 청년 권정생의 동시집 ‘산비둘기’가 반세기를 지나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몽실 언니’와 ‘강아지똥’을 통해 널리 알려진 동화작가 권정생이 1972년에 손수 엮은 동시집으로 반세기 만에 정식 출간된 것이다.

권정생은 병에 걸린 자신을 극진히 돌보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느꼈던 상실감과 그리움을 동시집에 담았다.

맑고 투명한 동시에서는 어린이에 대한 진실한 마음이 느껴지고, 색종이를 활용해서 꾸민 그림은 담백하고 품격 있는 그의 생애를 대변하는 듯하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 또한 ‘산비둘기’를 통해 권정생의 순정한 삶과 문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산비둘기’에는 권정생의 청년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우리나라로 돌아온 권정생은 1955년 여름 부산에서 점원 생활을 하던 중에 결핵을 앓기 시작했다. 권정생은 몇 년 동안 투병 생활을 이어 가는데,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몸이 회복된다.

하지만 권정생을 극진하게 보살피던 어머니가 병석에 누웠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작고하고 만다.

권정생은 슬픔과 충격으로 거의 전신에 결핵균이 번져 수술을 거듭하며 겨우 살아났지만 어머니의 죽음은 권정생의 몸과 마음에 크고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는 고스란히 ‘어머니’라는 시에 담겼다.

어머니가 아프셔요/누워 계셔요/내 아플 때/어머니는 머리 짚어 주셨죠/어머니/나도 머리 짚어 드릴까요?/어머니가 빙그레/나를 보셔요/이렇게 두 손 펴고/살포시 얹지요/눈을 꼬옥 감으셔요/그리고 주무셔요/나도 눈 감고/기도드려요.

작가 권정생은 1969년 동화 ‘강아지 똥’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삶을 보듬는 진솔한 글로 어린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사과나무달님’, ‘하느님의 눈물’, ‘몽실언니’, ‘바닷가 아이들’, ‘밥데기 죽데기’ 등이 있다. 또 소설 ‘한티재 하늘’과 동시집 ‘동시 삼베 치마’ 등을 남겼다.

봄비는 모른다
◆봄비는 모른다/우남희 지음/한수희 그림/청개구리/109쪽/1만500원

2011년 ‘오늘의 동시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우남희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봄비는 모른다’가 출간됐다.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17번째 동시집인 ‘봄비는 모른다’는 짧은 동시에 깊은 생각을 담았다.

우리 주위의 자연과 사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독특한 사유방식이 매력적이다. 친숙한 것들이 담고 있는 이면의 본질을 예리하게 꿰뚫어보는 시상을 통해 일상과 삶의 의미를 새로이 깨닫게 한다.

작가의 동시는 대체로 짧고 함축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최근 짧은 동시가 유행하고 있어 그게 뭐 대수냐 하겠지만, 짧은 시에도 격이 있고 시적 사유를 머금었다가 내뿜는 울림의 정도가 천차만별이기에 저마다의 시적 성취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종헌 평론가가 지적하듯이 짧은 동시는 시적 대상의 사전적 의미를 비틀면서 웃음을 자아내거나 대상의 외적 특성을 간결하게 묘사하는 정도에 그친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작가의 동시는 그러한 약점을 뛰어넘는 시적 사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정한 시적 성취와 재미를 지니고 있다.

설레게 할 수 있을까?/즐겁게 할 수 있을까?/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 처음이라/오는 내내/고민했을 거야.

동시 ‘첫눈’이다. 얼핏 보면 아주 평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짧고 쉬운 작품이다. 첫눈이 사람들을 설레게 하고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내린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시를 곰곰 읽다 보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제목이 ‘첫눈’인데 여기서는 첫눈이 내리는 풍경이나 첫눈을 바라보는 심상을 노래하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시선이 느껴진다.

이번 동시집에는 이러한 시적 성취를 보이는 작품이 다수 들어 있다. 표제작인 ‘봄비는 모른다’, ‘눈사람’처럼 타자의 입장에서 관계의 의미를 재조명하기도 하고 ‘눈 온 아침’, ‘담쟁이’ 등의 작품처럼 사물의 일반적 특징에 빗대어 자연의 이치나 인간관계의 본질을 드러내기도 한다.

멀쩡한 하루
◆멀쩡한 하루/최은영 지음/개암나무/116쪽/1만1천500원

‘멀쩡한 하루’는 약 2년 전 엄마를 떠나보낸 소녀 연우가 일찍 찾아온 이차 성징과 사춘기의 불안 심리를 잘 극복해 내는 과정을 섬세하게 다룬 성장 동화다.

‘절대 딱지’와 ‘크리에이터가 간다’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와 아이들의 고민을 생동감 넘치면서도 격한 공감으로 풀어낸 최은영 작가의 신작이다.

주인공인 ‘연우’는 엄마가 가슴 질환으로 돌아가신 후 아빠와 오빠, 남동생과 함께 지내고 있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에 유난히 운동을 좋아하는 활동적이고 의욕 넘치는 4학년 연우는 어느 날 느닷없이 가슴이 아프기 시작했고, 가슴 통증의 이유를 알 수 없어 불안해한다. 혹시 엄마와 같은 병이 아닌가 하고.

엄마의 죽음에 가족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터라 연우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가슴 통증을 털어 놓기 두렵다. 짜증과 스트레스가 뒤섞여 우울감이 쌓여 가던 중 첫 생리를 하게 되고, 결국 연우는 주저앉아 왈칵 울고 만다.

이 책을 쓴 최은영 작가는 조카의 친구가 신체 변화를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과거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차 성징에 대해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어도 막상 나에게 변화가 닥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여성 모두가 느껴 봤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는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내 몸이 말로만 듣던 변화의 과정을 겪기 시작하면 누구나 당황하게 마련이다. 특히나 다른 친구들보다 이차 성징을 빨리 맞이하게 된 경우라면 더 그럴 것이다. 연우처럼 자기 몸의 변화를 쉽게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없다면,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작가는 방송국에서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세상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슬픔보다 행복이 더 많으면 좋겠다는 그는 2006년 황금펜아동문학상과 푸른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크리에이터가 간다’, ‘절대 딱지’, ‘우리 동네 별별 가족’, ‘엄마를 도둑맞았어’, ‘심쿵!’, ‘어쨌든 폼 나게’, ‘도돌이표 가족’ 등이 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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