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드디어 한국판 뉴딜의 실체가 드러났다. 2025년까지 6년간 총 160조원을 투자하여 19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정책당국의 말처럼 ‘위기 극복과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 선도를 위한 국가발전전략’의 위용다운 모습이다. 더군다나5G 관련 통신장비업체나 차세대자동차 생산업체들을 대표로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는 것을 보니 시장 반응도 꽤 괜찮은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마트 그린산업단지 확대,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확대 등은 이미 수차례 발표되었던 것들이고, 그린뉴딜은 과거 녹색성장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는 등 한눈에 봐도 새로운 것이 없어 감동이 약하다는 세평이 흘러나와 기대한 만큼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아마도 국가발전전략이라면 적어도 포함되어 있어야 할 고민의 흔적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이래서야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의 설계’라는 담대한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흔히들 국가발전전략이라 하면 그것이 성장과 같이 경제적인 것이든 불평등 해소와 같이 사회적인 것이든 혹은 둘 다 이든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는 국가의 미래 지향점이 제시되어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 전략들과 세부 로드맵, 재원조달 방안 등이 망라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1962~1981년 4차례 추진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1982~1996년까지 3차례 추진된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이나, ‘함께가는 희망한국 비전2030전략’ 등을 국가발전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판 뉴딜은 아무리 봐도 국가발전전략이라 하기에는 모자람이 있어 보이는데 무엇보다도 정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위기 극복’이라는 단기 경제안정 목표와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 선도’라는 중장기 성장 목표가 혼재되다 보니 어디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만약, 한국판 뉴딜이 단기 경제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단기간 내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위기로부터 조속히 탈출하는데 중점을 둬야 하고, 지속적인 추가 재정 투입으로 자산버블을 포함한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이나 환율 급등 등과 같은 부작용 억제를 위해 중장기 재정의존도를 낮춰가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한국판 뉴딜이 제시하고 있는 국비투자 계획만 보면 전반기(2020~2022년) 보다 후반기(2023~2025년) 비중이 더 크다고 하니 단기 경기안정이 주된 목표는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다고 선도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중장기 경제성장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한국판 뉴딜이 중장기 경제성장을 꾀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날로 약화되고 있는 성장잠재력에 관한 언급과 잠재성장률 목표치 정도는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정책당국이 강조하는 포용사회의 목표 및 이와 양립할 수 있는 성장 친화적인 정책들은 과연 무엇인지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과 생산성 제고, 인적자본의 확충, 각종 제도의 개선 등 관련 세부정책에 관한 로드맵은 당연히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런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한편, 한국판 뉴딜은 민간부문에서 부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20.7조원을 제외하면 6년간 총139.3조원이라는 재정이 투입될 계획으로 지방비가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연평균 23조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대폭적인 예산 조정이나 빚을 내지 않는 한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인데, 지출계획은 있고 조달계획은 없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판 뉴딜이 다음 정부까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관련 재정운용 방향에 대해서 만큼은 합의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을 텐데 말이다.

아마도 이런 점들을 포함해 추후 많은 부분이 보완되리라 생각하지만, 한국판 뉴딜이 정말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의 설계’라면 적어도 그 지향점만큼은 분명했으면 좋겠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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