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사고에도 외양간 안 고치는 구미산단

발행일 2020-07-22 18: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매년 크고 작은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 시민 불안감 키워

반도체와 전자제품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단지와 제3단지 전경.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1시47분께 구미국가산단 제1단지 입주기업인 KEC 구미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실란(TCS)이 유출돼 현장에 있던 작업자 7명이 다쳤다.

이날 사고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TCS의 용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용기 파손으로 100㎏ 정도의 TCS가 유출되면서 발생했다.

TCS는 고순도 다결정실리콘을 만드는 재료로 흡입할 경우 호흡곤란과 두통, 어지러움 등을 일으킨다.

소방당국과 구미시는 사고 발생 직후 긴급 방제작업을 벌여 오전 3시22분께 유해화학물질 차단작업을 완료했다.

문제는 이 같은 유해화학물질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9월27일 구미국가산단 제4단지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직원 4명 등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불산에 노출된 인근 주민 등 1만1천여 명이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이 사고는 야외 작업장의 탱크에서 불산을 빼내는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이어 2013년 3월2일에는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현재 SK실트론)에서 불산이 섞인 혼산이 누출됐다.

하지만 당시 LG실트론은 누출 사고가 발생하자 인명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15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를 신고해 인근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

실트론은 SK로 인수된 후인 지난해 7월11일에도 시설관리미흡으로 수산화칼륨이 누출되는 사고를 냈다.

이후에도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는 이어졌다.

2019년 7월10일 구미국가산단 제1단지 입주업체인 구미케미칼(GM케미칼)에서 여소가스가 누출돼 근로자 26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액상 가스를 충전하던 중 기화된 염소를 중화하는 중화탑에서 염소가 역류하며 일어난 사고다. 특히 이 업체는 2013년 3월에도 염소가스가 누출돼 160여 명이 치료를 받았다.

지난 4월과 5월에도 LG디스플레이 4공장과 6공장에서 작업자 부주의로 수산화나트륨과 메틸 등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구미국가산단 내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반도체와 전자제품 등의 세척과 에칭 등 생산과정에 불산과 질산, 염산 등 인체에 유해한 독극물이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사고가 작업자 부주의나 시설관리 미흡 등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되고 사고를 은폐하려는 업체들도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고가 잇따르자 구미시는 2015년 4월부터 화학물질 누출사고 대응시스템을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새벽 KEC TSC 유출사고 시 긴급재난문자와 안전안내 문자를 뒤바꿔 보내 시민들을 불안케 했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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