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관리 구멍 뚫렸나

발행일 2020-07-22 17:02:3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또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빈발하는 유해화학물질 사고에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또한 당국이 긴급재난 문자와 안전안내 문자를 잘못 보내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유사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심각한 안전불감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 21일 오전 1시47분께 KEC 구미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실란’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 작업자 7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는 사고가 나자 안전안내 문자를, 구미시는 안전안내 문자와 긴급재난 문자를 긴급메시지로 발송했다. 그런데 경북도는 긴급재난 문자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안전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구미시는 안전안내 문자와 긴급재난 문자를 바꿔 전송해 논란이 됐다.

특히 구미시는 상황이 마무리된 오전 4시12분 유해화학물질 차단을 완료했다는 내용을 경보음이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로 발송해 시민들의 새벽잠을 깨웠다. 또한 경북도는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실을 알리면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한 반면 구미시는 창문을 닫고 실내에 대피하라고 안내해 시민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이에 대해 구미시는 야간 사고 발생 시 당직자가 긴급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데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8년 칠곡의 에프원 케미컬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 당시에도 주민대피와 관련된 정보제공 없이 단순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문자를 발송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시민들은 ‘어디로 대피하라는 것이냐’고 시청에 항의를 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이번에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구미에서는 2012년 한 화학물질 취급 공장에서 불산 유출 사고가 발생, 5명이 숨지고 주민 등 1만1천여 명이 불산 누출 여파로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최근에도 염소가스, 불화수소산 등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는 전국적으로 빈발하고 있다. 안전관리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 같이 유해물질 유출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구미는 공장이 밀집돼 있고 낙동강을 끼고 있는 특성상 더욱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자칫 페놀사고 같은 대형 환경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데도 유사 사고가 잊힐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큰 사고가 터지면 정치권과 관계 당국은 방지책을 내놓는다고 요란법석이지만 정작 국민의 관심이 끊기면 그만이다. 관계당국과 지자체의 안전 대책 마련과 신속한 사고 관리 및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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