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효과, 충청권 국한 가능성 높아||대구·경북, 공공기관 유치전략 재점검을

지국현

논설실장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이슈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지난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처음 제기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이 느닷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여론이 나쁘지 않게 돌아가는 것 같자 민주당에서는 곧바로 대선 주자급 중진들의 지원 사격이 이어졌다. 기선을 잡았다는 판단 아래 국책 과제로 이슈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에서는 지도부의 공식적 반대와 달리 충청권 출신과 일부 중진 의원들의 찬성 발언이 나오며 단일 대오가 흔들리고 있다. 여야 모두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표를 의식하는 모양새다.

행정수도 이전은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사안이다. 구체화되면 또 한차례 국론 분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안은 서울 집값안정 정책이 혼선을 거듭한 가운데 나왔다. 국면 전환용 꼼수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행정수도 효과, 충청권 국한 가능성 높아

지방분권은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행정수도는 한계가 있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체 비수도권에 주는 실익은 크지 않을 것 같다. 효과가 충청권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 후 대구·경북에서 균형발전의 효과를 봤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호남과 부산·경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타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현실적 우려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제2의 수도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광역 경제권이 형성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대구·경북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수도권이 충청권과 연결돼 ‘초광역 수도권’이 등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구·경북으로서는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 강 건너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대상지가 아닌 나머지 지역의 균형발전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 한다. 대구·경북은 잇단 국책사업 소외로 힘이 빠진 상태다. 우선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최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이전 검토 지명까지 나돌았다. 공영방송과 서울소재 대학의 지방 이전설도 이어졌다. 정부 관계자의 “검토한 바 없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이 시점에 우리지역의 당면 문제는 특정기관 이전설의 사실 여부나 실현 가능성만은 아니다. 대구·경북은 어느 기관의 이전대상 지역으로도 거론되지 않는다. 그것이 지역민들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한다. 공공기관 이전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법원과 헌재를 대구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성사 여부를 떠나 매우 바람직하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원과 헌재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과 접근성, 법조 전통성 등을 고려하면 대구가 적지”라고 강조했다. 또 옛 도청 터에 법조타운을 건설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유치와 관련해 정책결정 기관의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대안을 제시해 나가는 노력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대구·경북, 공공기관 유치전략 재점검을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은 122개에 이른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 20일 청와대 참모회의에 참석해 공공기관 이전을 포함한 균형발전계획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여당 핵심 관계자들은 지역별 수요와 기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구체화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 재배치는 고사위기에 직면한 비수도권의 새 성장동력이다. 선거를 의식해 특정 지역을 배려하는 정략이 개입해서는 안된다. 형평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된다. 대구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때 실질적 균형발전에 도움되는 기관이 별로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대구·경북은 공공기관 유치를 행정수도 논의에 연계시켜 접근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은 한번 기회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다. 대구시, 경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관련 전략을 종합 재점검할 때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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