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불법 주·정차를 근절하기 위한 주민신고제가 지난 3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신고 대상지역인 초등학교 정문 앞은 불법 주·정차가 사라졌지만 이면도로에는 되레 차량이 몰려 혼잡이 종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한다. 전형적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민신고 대상은 초교 정문으로부터 다른 교차로와 접하는 지점까지의 도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다. 정문에서 모퉁이를 돌면 신고 대상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주·정차 행렬이 100m 이상 늘어서는 곳도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한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종합적인 검토가 미흡했다는 반증이다.

등하교하는 어린이들이 정문 앞 도로만으로 다니는 것은 아니다. 이면도로를 이용하는 어린이들도 많다. 이면도로는 정문 앞 도로보다 노폭이 좁거나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전에 더 취약하다. 그런데도 불법 주·정차 신고대상 지역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재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우선 학교 주변 이면도로의 불법 주·정차를 감시할 수 있는 무인단속 장비(CCTV) 확충이 시급하다. 대구지역의 경우 783곳의 스쿨존이 지정돼 있지만 CCTV는 불과 140대만 설치돼 있다. 그나마 대부분 CCTV는 정문 쪽에 설치돼 이면도로는 단속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주민신고 대상지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CCTV를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예산이 없어 점진적으로 설치하겠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어린이들의 등하교 안전만큼 시급한 과제가 어디 있는가.

대구시는 지난 7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석 전까지 전 시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 2차 긴급생계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총 2천430억 원이 소요된다. 긴급생계자금 지원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소규모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전 시민에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예산을 적절히 줄여 스쿨존 안전시설 확충에 쓰는 것이 더 긴요하다고 본다.

평상시 상당수 불법 주·정차가 아이들의 등하교를 돕기위해 나오는 학부모와 학원 차량이라는 지적도 있다. 학부모와 학원 관계자들에게 스쿨존 불법 주·정차의 위험성을 알려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스쿨존 주변의 주·정차시설 확충, 보행로 확보 등 근본 대책을 강구해 나가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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