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대구경북통합신공항, 2028년 개항한다

발행일 2020-08-05 13:30:2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경북민들에게 2020년 7월은 어느 해보다 힘들고 길었던 여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그 지친 몸과 마음이 마지막 날의 결과물로 보상받게 됐다는 사실이다.

# 수십 년 넘게 쇠락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구경북을 구출해 낼 추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 속에 추진해 오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7월31일 군위군의 극적인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으로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국방부의 이전지 최종결정이라는 형식적 절차는 남겨 두고 있지만, 사실상 통합신공항 사업은 이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벌써 통합신공항과 관련한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고 있지만, 아직 낙관하기엔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게 또한 사실이다.

앞으로 통합신공항 사업의 큰 축은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 일대에 조성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통합신공항 건설 완료 후 시작될 대구 K2 군공항 이전터의 개발사업이다.

통합신공항은 지금까지 나온 시, 도의 구상에 따르면 미주, 유럽을 연결하는 장거리 노선이 취항하고, 연간 1천만 명 이상 승객 수용이 가능한 국제공항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다 경북의 대표 산업도시인 김천, 구미, 포항과의 연결도로망을 촘촘히 구축해 경제물류 공항의 기능도 맡게 한다는 것이다.

K2 이전터 개발 사업은 대구 동부권의 구도심지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지역개발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는 200만 평에 이르는 이곳에 미래형 스마트시티를 조성해 대구의 미래 역사를 써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 공항 탓에 고도제한 등의 각종 제약을 받으며 도시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공항 일대의 낙후 지역까지 포함하는 개발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어, 이 경우 군공항 이전터 개발 사업은 그 규모나 효과 측면에서 대구 도심지 개발 사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 7월31일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이 성사되기까지 그 과정은 반전이 섞인 한 편의 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

공식적으론 2014년 대구 K2 군공항 이전 건의에서 시작된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그 진행 과정에서 한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고비가 있었다.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그중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이 지난 7월 한 달이었다.

시, 도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7월3일 열린 국방부 군공항이전부지선정위원회 회의에서는 애초 기대와 달리 단독후보지(군위 우보) 부결,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 신청기한 7월31일까지 연장이란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해 군위군은 즉각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때부터 지역에선 통합신공항 무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또 동시에 ‘군위군이 대승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호소 반, 압박 반의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국방부의 발표대로라면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외엔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군위, 의성을 제외하고 제3의 장소를 찾아보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지나온 4년여의 경험을 봤을 때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라는 지적에 힘이 더 실렸다.

결국 시, 도민 전체가 발 벗고 나섰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중심으로 경제인 문화예술인 체육인 정치인 등 각계각층에서 군위를 찾아 군민들을 만나 설득하고 호소했다.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으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마침내 초조함과 절박함이 고조되는 가운데 30일이 됐다. 그런데 이날 오전께 군위군의 입장변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김영만 군위 군수가 30일 새벽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지역 한 국회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국방부에서 군위군 영외관사 설치를 공론화해 주면 그걸 가지고 주민들을 설득해 볼 생각이 있다’는 뜻을 전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

30일 오후 군위 군수실에는 7월에만 여러 차례 만났던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영만 군위군수가 다시 자리를 함께했다. 그리고 대구경북의 역사로 기록될 통합신공항 사업의 최대 고비였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 결정의 공식발표가 나왔다.

◆ 민간, 군이 함께하는 통합신공항

통합신공항은 2028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위군의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을 받은 국방부는 조만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부지선정위원회를 열어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를 최종이전지로 선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7월31일 밝혔다.

이로써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은 1단계 이전건의서 타당성 검토, 2단계 이전부지 선정을 거쳐 최종 3단계 사업 시행을 앞두게 됐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 4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014년 K2군공항 이전 건의를 기점으로 해서 2020년 7월31일 유치신청까지 4년이 걸렸고, 그리고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공항 개항까지 또 8년이 소요된다.

통합신공항에는 군공항와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한다. 국방부와 대구시가 공동 진행하는 군공항 이전 및 건설 사업은 앞으로 1년 안에 기본계획부터 먼저 수립하게 된다. 이후 합의각서 체결(2020~2021년), 민간사업자 선정(2021~2022년), 기본 및 실시 설계(2022~2023년), 공항 건설(2024~2028년)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대구시가 부담해야 할 대략 8조8천여억 원으로 추정되는 군공항 이전 및 건설 비용은 기존 대구 K2군공항 이전터 개발 사업 이익으로 충당하게 된다. 2019년 국방부 전문가 심의에서 K2 이전터의 당시 가치는 대략 9조2천700억 원으로 추정됐다.

민간공항 건설은 국토부가 맡아 그 사업비도 전액 국비로 충당된다. 민간공항 건설 사업의 핵심은 접근성 확보에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구상은 공항철도, 4차 순환도로, 광역도로, 고속도로 등 기존 철도와 도로의 확장 및 신설을 통해 대구,경북 전역에서 공항까지의 접근성을 최대한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3천200m 이상 활주로를 확보해 유럽, 미주 장거리 노선의 취항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도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국토부 등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활주로 문제는 국방부, 연계 도로망 구축은 국토부가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다.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시, 도가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 대구 동부권 지도 새로 그린다

대구 동구 K2 이전터의 본격 사업은 2028년 통합신공항 건설이 완료된 이후에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민간사업자가 군공항을 먼저 짓고 그 이후 K2이전터 개발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2028년까지는 마스트플랜 수립 등 본격 사업을 준비하며, 이 기간에 시행을 맡을 민간사업자를 선정한다. 지금까지 나온 대구시의 기본 구상에 따르면 이곳에는 미래형 스마트시티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말레이시아 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상업지역을 벤치마킹한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시는 또 K2 이전터 개발 구상을 위해 국제아이디어 공모 및 워킹그룹 운영 연구용역(2020~2021년)을 우선 추진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제부터 세계적인 도시계획 건설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K2 이전터 개발 청사진을 만든다. 개발 사업의 생산유발 효과는 20조에서 30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는 군공항 이전으로 그동안의 고도제한 및 소음피해에서 벗어나게 되는 공항 일대, 즉 북구 검단들로부터 시작해 복현동 신천동 불로 지저를 잇는 지역을 포함하는 대규모 연계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한편, 군위군은 7월31일 오후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유치신청서에는 ‘대구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대구시, 경북도, 대구경북 국회의원, 대구경북광역의회 의원들이 동의한 공동합의에 따라 군위군 소보면 일대(공동후보지)를 대구 군공항 이전지로 유치신청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메인사진=510만 대구·경북민의 염원이었던 대구경북통합신공합 건설 사업이 7월31일 공동후보지 유치신청이라는 고비를 넘어서며 사실상 사업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7월30일 군위군청에서 이철우 경북지사(왼쪽부터), 권영진 대구시장, 김영만 군위군수가 이전부지 선정을 위한 막판 협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브사진1-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조감도.
서브사진2-주요 기관장 모임인 대구·경북지역발전협의회 회원들이 7월23일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선정을 위해 군위군의 대승적 결단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브사진3-7월27일 군위시장에서 군위 군민들이 단독후보지 우보 공항 사수를 결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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