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취수원 다변화, ‘김칫국’ 마셨나

발행일 2020-08-05 15:28:3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주민 뜻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 화근이다. 대구시의 취수원 다변화 발표에 해당 지역에서 동의할 수 없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자칫 대구시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우려된다.

대구시가 지난 3일 대구 시민을 위한 취수원 다변화를 위해 구미 해평 취수장과 안동 임하댐의 공동 활용 방안을 내놓았다. 상생 기금 마련 등 인센티브도 약속했다. 그러자 이들 지역민들이 반발하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구미시는 “대구시가 제안한 취수원 공동 활용에 대해 동의한 것이 전혀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취수원 공동사용은 시민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동강 유량 감소에 따른 국미국가산업단지 공업용수와 농업·생활용수가 제한될 것을 걱정한다.

임하댐이 거론되자 안동은 지역 사회가 뿔이 났다. 안동시는 “이전이든 다변화든 안동시민의 희생이 바탕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며 취수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안동·임하 2개의 댐이 있는 안동은 물 이야기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이다. 낙동강 상수원과 관련한 피해의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안동 시민들은 갈수기에 낙동강 하천 유지수도 부족한 상황에서 임하댐 물 30만t을 대구로 흘려보낸다면 하류지역 하천 오염이 가중된다는 입장이다.

안동시는 특히 지난해 4월 환경부가 ‘낙동강유역 통합물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위해 기관 간 업무협약을 하면서 정작 안동은 배제해 놓고 이번에 안동이 포함된 통합 물관리 방안을 내놓자 정부 정책에 심한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대구시는 환경부만 바라보고 있다가 화살을 맞았다. 해평 취수장과 임하댐을 취수원으로 고려했다면 이들 지역의 주민 동의는 필수적인 사안이었다. 해평 취수장으로 취수원 이전 문제를 논의할 때도 주민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런데도 정작 주민 뜻은 확인도 않은 채 연구 용역을 진행했고 대구시는 환경부에 이틀 앞서 발표했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대구시는 이렇게 예민한 문제를 해당 지역 주민과 사전 조율하지 않고 덜컥 발표하는 우를 범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구미·안동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주민 동의를 전제로 한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혀야 한다. 또 취수원 공동 활용 등 대신 환경부가 5일 제시한 구미 공공하수처리장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과 강변여과수 활용 등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단은 권영진 시장이 대구시의 2대 숙원사업을 잇따라 해결한 데 고무돼 취수원 문제 해결을 서두르다 발생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취수원 해결은 급선무다. 하지만 신중하고 치밀하게 접근, 안전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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