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성을 알아가는 딸의 이야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나는 이중성을 벗어버렸다. 선정적인 아크릴 네온에 혹해서 ‘사탕창고’라는 카페를 선택했다. 원초적이고 솔직한 삶이 그 카페에 있다. 나는 교사를 사직하고 카페로 출근했다. 선생질을 때려치우고 술집에 나간다는 소문이 고향에서 들려왔다. 신경 쓰지 않았다. 모범적인 가면을 벗고 발가벗은 삶을 살 계획이다. 나는 시골 읍내의 시장 통에서 한복을 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나이에 비해 되바라진 모범생이었다. 겉으론 반듯해 보였지만 속으론 나쁜 일탈을 꿈꾸었다. 일곱 살 때, 불공을 드리러 가는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갔다. 그날 밤 어머니가 주지스님의 방에서 나오는 걸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조신한 행실을 강조한 어머니는 한 달에 두 번 꼴로 절에 갔다. 열두 살 사월초파일 때, 어머니와 친구 한 분이 연등작업을 거들기 위해 절로 갔다. 동갑내기 민호와 나도 의무감에 함께 어머니를 따라갔다. 나는 한밤 중에 민호의 바지를 내리고 그의 성기를 농락했다. 그날은 마음속의 일탈을 실행에 옮긴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독립하였지만 진정한 자유를 얻진 못했다. 너무 튀는 언행으로 교우관계가 건조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를 먼 거리에 놓아두고자 애를 썼다. 교대 졸업과 함께 첫 발령을 받았다. 초등학교에서도 냉소적 자세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에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절에 들어간다는 어머니의 연락이 왔다. 방학을 맞아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그 절로 갔다. 어머니는 불공에 몰입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 불공이 끝나기를 기다리다 깜박 졸았다. 주지스님을 닮은 남자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간 꿈을 꾸었다. 청룡열차를 타고 비명을 질렀다. 어머니가 어깨를 잡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다. 주지스님을 뵈었다. 병이 위중한 상태였다. 한밤 중에 천둥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억수같이 내렸다. 소나기는 죽음의 사자처럼 영혼을 뒤흔들었다. 어머니와 주지스님은 거짓말처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운명하였다. 어머니의 유골을 뿌리고 돌아오는 길에 비로소 어머니의 죽음을 실감했다. 슬픔과 절망감이 몰려왔다. 어느새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 고향친구 민호가 카페로 와인상자를 배달한다. 큰 키에 탄탄한 체격이 매력적이다. 그의 땀 냄새가 유혹적이다.…

스님과 어머니의 사랑은 지나가는 일회적인 한때의 불장난이라기 보단 진정으로 연모하는 감정으로 보인다. 비록 성직자로서 계율을 어긴 면이 있지만 스님에게 돌을 던질만한 계제는 없다. 스님은 변함없는 애정을 간직한 채 열반에 든다. 평생 한 남자만 섬긴 어머니는 순결하고 조신한 여인이다. 한 날 한시에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어머니 모습은 단지 쾌락만 좇은 여인이 아님을 시사한다.

스님과 어머니의 밀애를 목격한 일은 여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다소 무리였다. 그때 받은 충격 때문인지 남을 믿지 못하게 된다. 소시오패스 성향의 이중인격자가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 꿈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으로 판단해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스님이다. 현실적 정황으로도 그렇다. 영악한 주인공이 성인이 될 때까지 그런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을 리 없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사무쳤다 하더라도 마지막 가는 스님에 대한 태도가 너무 냉담하다. 생선 장수인 민호 어머니가 절에 가기 전에 몸에서 비린내를 없애려고 무진 애를 쓰는 모습이 또 다른 상상을 이끌어낸다. 아버지에 대한 주인공의 무관심과 증오가 이해되는 부분이다. 민호를 소환해낸 일은 숙제로 남겨둔다. 오철환(문인)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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