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수도 이전 문제가 핫이슈가 됐다. 현 정부 임기 절반이 지나도록 아무 말도 없다가 느닷없이 여당 원내대표가 발표한 정황으로 볼 때, 균형발전 확대라기보다 부동산 급등을 막기 위한 응급처방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두 문제는 따로 볼 것이 아니라 같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에도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고 했다. 지방의 인재는 서울로 보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재들과 함께 공부하며 큰 인물로 육성시키려고 했다. 한편 국가균형발전계획에 따라 2012년부터 행정부처, 정부투자기관 등 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겼다. 그곳에 근무하던 사람들도 지방으로 갔다. 이로 인해 서울 집중 현상이 일부나마 해소되기도 했다. 그런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보니 기대한 만큼 지방으로 가지 않았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젊은 층은 근무지 인근으로 가족들과 함께 이사를 했다. 그러나 서울로 돌아갈 꿈을 버린 건 아니다. 반면 중고생 이상 자녀를 둔 중장년들은 대부분 주말에 서울로 돌아온다. 그런데 서울 집을 팔고 내려온 이들은 최근 집값 폭등으로 인해 사실상 서울 진입을 포기하게 됐고, 서울 집을 전세로 두고 지방에 전세를 사는 사람은 안심했다. 형편이 좀 나은 이는 서울 집을 두고, 근무지에 집을 마련했는데 다주택자가 돼 본의 아니게 정부시책에 불응하는 처지가 됐다.

그밖에 부작용도 만만찮다. 세종 시에서 일해야 할 정부 부처 간부들이 서울을 오가느라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장차관들은 아예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해 두고 있다. 또 금요일 오후에 세종시를 방문하면 눈치 없는 사람이라 핀잔을 받는다. 그래서 정부여당은 한목소리로 국회와 청와대 일부 또는 전부를 세종시로 옮기자고 주장한다. 설사 행정수도가 완전히 옮겨지더라도 사람은 서울로, 집값은 따로 놀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청년은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간다. 그러나 지방에는 여전히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 특히 대구는 1인당 지역 총생산(GRDP)이 가장 낮고, 대기업도 별로 없다. 부모들 입장에서 볼 때, 자녀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쉬우리라 생각하고, 대학이나 심지어 고등학교 때부터 유학을 보내려고 한다. 형편이 되면 자녀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서울에 집도 마련한다. 자연 서울 집 수요가 늘고, 집값이 오르게 된다.

결국 지방에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주면 모두 해결된다. 중앙정부는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기업프랜들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방은 대기업이 지역으로 이전을 해오도록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유치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쿠팡, 롯데케미컬, 현대로보스틱스 등 굴지의 회사가 대구에 사업장을 열었다. 그러나 아직 대구로 유입되는 청년보다 유출이 많다. 마침 관광산업은 제조업보다 고용유발효과가 1.7배나 높다. 그래서 각국은 관광산업 육성에 온 힘을 기울인다. 심지어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지방경제를 살리려고 일본과 이탈리아, 스페인은 방역과 관광산업 육성을 병행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23번째 부동산 대책까지 나오게 만든 강남 아파트가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주거환경이 좋다. 대체로 한번 강남에 살다보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 싫다는 것이다. 둘째로 교육환경도 좋다. 명문 중·고교와 학원이 모여 있어 입시 준비에 최적이다. 이는 대구 수성구도 비슷하다. 그럼 강남 집값을 잡으려고 못 사고, 못 팔게 하려는 규제보다는 단기적으로 팔고 살 수 있도록 한시적 양도세 인하 등 퇴로를 마련해 주고, 장기적으로 강북 등 수도권의 주거 환경을 강남 수준으로 끌어올리자. 그리고 명문교와 학원도 기업 유치하듯 거점 별로 늘리도록 하자. 그래야 유독 강한 자녀 교육열을 해소시킬 수 있다. 누가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집값이나 수도 이전도 물 흐르듯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 장마인데 댐을 틀어막고 못 흐르게 한다면 다른 곳이 침수된다. 오히려 댐과 보를 열어주고, 완급을 조절해 국민들을 안심시켜 주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일이 아닌가.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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