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이 생각 날 땐 영양고추를 찾으세요||고추장, 니가 왜? 승정원일기에서 나와!
◆초보농부 농촌정착기
서울에서 건축업을 운영하던 정 대표는 11년 전 귀농을 했다. 잘 나가던 사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으면서 자금압박과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재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재투자를 강행했다. 무리한 투자가 화를 불렀다.
◆일머리를 모르는 농부의 고생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농사일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방법과 순서를 알면 쉽다. 이걸 일머리라고 한다. 초보 농부는 일머리를 몰라 힘만으로 일을 하다 보니 힘은 배로 들지만 성과는 반도 되지 않았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 생산은 고객에 대한 도리다”고 정 대표는 말한다. 안심 농산물 생산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입했다. 일거리는 많아지지만 기꺼이 감수한다. 화학비료를 줄이고 퇴비를 늘린다.
제초제를 뿌리면 한 번에 해결되지만 일일이 손으로 뽑거나 벤다. 예초기로 밭두렁의 풀을 베는 것은 여름철의 통상 일과다. 베어지는 풀의 량만큼 땀을 흘려야 만 주변이 깨끗해진다고 한다.
◆고추농사는 더위와의 싸움
고추는 8월의 땡볕 아래에서 수확한다. 고추밭에는 붉은 고추와 더위, 땀이 뒤엉켜 있다. 더울수록 고추는 활개를 치지만 수확하는 사람은 그 반대다. 지열로 달구어진 고추밭은 찜질방 같다. 큰 파라솔이 달린 의자에 앉아 고추를 수확하는 것도 강한 햇볕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얼음을 채운 물을 쉬지 않고 마신다. 일손 부족으로 외국인을 계절근로자로 고용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마저도 어렵게 돼 고추 수확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살만한 세상
2017년 서울에서 열린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에 참가해 건 고추를 판매했다. 오후가 되자 행사장이 술렁였다. 공판장의 고추가격이 1.5배나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 때문이다. 가격이 너무 올라 행사장에서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쏟아진 주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차액을 계산하니 너무 큰 금액이었다. 신뢰와 실리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다음날 권 대표가 모든 구매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시세와 주문 가격의 중간선으로 조정하고, 감사의 표시로 한 근을 더 보냈다.
그것을 계기로 단골고객이 더 늘어났다. 그 일을 겪으면서 부부는 ‘아직 우리 사회는 살맛이 나는 세상’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지역상생을 위한 유통 프로그램 구축
부부는 귀농 이후 고추농사에 몰두하다시피 했다. 덕분에 재배기술도 익혔다. 면적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일에만 매달렸고, 주변을 돌아 볼 여유도 없었다. 이제는 면적을 축소하고 남는 시간을 주변과 상생하는 일을 찾으려고 한다.
농산물의 유통과 마케팅을 공부해 지역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자신의 농산물뿐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농산물을 제값을 받고 판매해 주는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있지만 중간 상인들에게 헐값에 넘기는 모습을 늘 안타깝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유통마케팅과 홍보로 적정 가격이 보장되는 농산물 판매로 자신들을 받아준 지역에 작지만 보답하려는 것이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