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공기가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느낌으로 가을이 조금 묻어 있는 것 같다. 입추가 지났으니 이젠 가을로 접어들 것이라고, 더위가 머지않아 물러갈 것이라고 여기며 희망을 품어본다.

뜸하던 코로나가 다시 고개를 쳐들어 무서운 기세로 달려든다. 7월 말 8월 초, 여느 때 같으면 여름휴가가 한창이지 않았겠는가. 올해엔 코로나19로 조용하게 보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휴가라는 단어가 주는 들뜸에 사람 사이의 접촉이 많았던가 보다. 8월 중순으로 접어든 지금 연일 세 자리 숫자의 새로운 확진자가 더해가고 있다. 날마다 진행하는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을 듣다 보면 늘어나는 숫자에 가슴이 무너진다.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마스크 없이 만나는 순간이 오지 않으랴 기대했는데. 다시 방호복을 입고 확진자들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부터 지끈거린다. 음압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 수가 줄어 그나마 정말 다행이라고 여겼었는데, 간호사들도 이제는 사람 사는 것처럼 살아볼 날도 머지않았다며 서로 위로를 주고 받았었는데, 물거품이 돼버렸다. 지역 유일의 공공병원이다 보니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는 이런 오르내림을 여러 번 반복하지 않으랴 싶어서 우울하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근근이 버텼는데,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나마 코로나19에 대해서 조금은 성질을 알게 돼 불안에 덜 떨게 됐다는 점이리라.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와 끝나지 않은 전쟁이 계속된다. 질병관리본부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온통 시선이 고정된다. 지휘봉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느냐에 따라 국민들은 오롯이 그의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에 대한 특효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백신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2월 말 3월 초의 대구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한 그 순간처럼 우리들은 모두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될 것 같다. 언제 어느 순간 무서운 맹수가 돼 코로나가 사납게 달려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믿을 것은 나, 우리 자신뿐이다. 무엇보다 모임을 자제하고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 두기와 자신을 보호하고 또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꼭 쓰고, 손을 잘 씻어야 한다. 이른바 거 마 손 실천이다.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의 실천, 거 마 손 실천만이 코로나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길일 것이다. 우리들에겐 위기를 맞으면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유전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DNA가 우리 핏속에 도도히 흐르고 있다. 이런 위기일수록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는 각오로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나아가야 할 것이리라.

8·15 광복절을 전후해 확진자가 늘자 정치권에서는 서로 탓해대기 바쁘다. 이런 상황에 너와 나가 어디 있겠는가. 모두 힘을 합쳐서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집중해도 시원찮을 판에 신이 난 듯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는 들불처럼 퍼져나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불길이 잦아 들었다 싶다가도 잔불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작은 바람결에도 다시 살아나 무섭게 번지기 십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팬데믹(Pandemic)상황이지 않은가. 우리나라만 방역에 성공해 곧 종식될 것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어 더 불안하다. 이런 때일수록 국가의 국민의식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의 작은 불편은 감수하고 늘 상대를 배려하는 공동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리니.

서방에서도 이제는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부터 강조했던 마스크 쓰기의 위력을 이젠 그들도 믿는 것이리라. 미국도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이제 70%에 이르고, 손님 감소를 각오하고 ‘No mask, No entry(마스크 안 쓰면 입장 불가)’ 같은 안내문을 붙인 가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결국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작은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변화된 흐름이 아니겠는가.

코로나19와의 지루한 싸움이 벌써 일곱 달이다. 답은 없지만 그래도 간절하게 바라면 우리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겠는가.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에서 이르지 않던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 하나가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우리가 다시 햇살 아래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며 보고픈 이들을 만나서 마스크 벗고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선물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해서 온 마음을 다해 소원을 빌어보자.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의 거 마 손 실천으로 일상의 평화가 어서 돌아오기를.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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