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차 생계자금 지급, 정부도 만지작||공짜에 맛들인 듯, 뒷감당 어떡하나

▲ 홍석봉
▲ 홍석봉
홍석봉 논설위원

코로나19가 대유행 조짐이다. 전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들어갔다. 다시 우리 사회가 코로나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대구는 지난 3월의 코로나 악몽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다시 늪에 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긴급생계자금 얘기가 솔솔 나온다. 전 국민이 대상이 아닌 중하위 계층에만 선별 지급하자는 안도 나왔다. 순발력 발군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에게 30만 원씩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바야흐로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의 ‘공짜’ 현금 살포 시대다. 코로나19 패닉에 맞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현금 살포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초기 감염병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경북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후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국민들은 모처럼 고깃국을 끓여먹고 생필품을 구입했다.

-대구 2차 생계자금 지급, 정부도 만지작

대구시는 24일부터 모든 시민에게 2차 긴급생계자금 10만 원을 ‘대구희망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한다. 2천430억 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1차 생계자금 지원 때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구시가 이번엔 ‘마른 수건’을 짜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는 것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즉각 “세뱃돈이냐”며 한 방 날렸다. 대구의 낙후된 인프라 재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큰 돈을 1회성 돈 뿌리기에 낭비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권 시장은 밀어붙였다.

역대 최장의 장마로 나라 곳곳이 만신창이가 됐다. 재해복구에 나섰지만 돈이 없다. 지자체는 코로나19로 자연재해에 대비한 재난기금까지 끌어다 쓰다 보니 곳간이 텅 비었다. 정작 수해복구에 쓸 돈이 없다. 나라 곳간도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 1인 당 국가채무는 1천540만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나라 살림 적자 규모도 111조 원으로 사상 최대다. 통 큰(?) 돈 풀기의 결과다. 나라 살림이 구멍 나면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여야 한다. 결국 내 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

장마와 태풍 수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다시 태풍이 밀어닥친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자체마다 수해 복구에 쓸 돈이 없어 난리인데 다시 코로나19 대유행과 태풍까지 덮치면 결국 빚을 내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돈 풀 생각만 하고 있다. 당장 앞길이 막막한 데 대책은커녕 빚잔치 궁리만 하고 있다.

긴급생계지원금이 우선 먹기에는 달콤하지만 미래 소득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또한 공짜에 맛 들여지면 해로운 줄 알면서도 더 많은 공짜를 바라게 된다.

대구시가 시민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가관이다. 대구 시민 78%가 2차 생계자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4월 지급한 1차 생계 자금이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72.1%다. 돈 풀기가 효과가 없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부작용이다. 그런데도 2차 지급 찬성이 78%라는 것은 그만큼 이미 단맛에 길들여졌다는 방증이다.

-공짜에 맛들인 듯, 뒷감당 어떡하나

흔히 ‘공짜 좋아하면 머리 벗겨진다(대머리 된다)’고 말 한다. 한자 빌 공(空) 자(字)의 발음이 ‘공짜’기 때문에 머리숱도 빈다고 놀리게 된 것이라고 한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응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공짜의 단 맛을 단단히 봤다. 우선 먹는 떡의 달콤함에 취해 그 뒷감당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내 코가 석자인데 앞을 내다볼 겨를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IMF 때 국가 부도의 아픔을 치가 떨릴 정도로 겪었다. 다시 IMF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공짜 좋아하다가 탈 난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돈 풀기는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소는 누가 키우나. 공짜 교육, 공짜 의료에 이어 공짜 지원금까지 공돈 탐하다가 베네수엘라 꼴 날까 두렵다. 대구시 지원금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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