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의 철학 外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대구의 봄’을 앗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우리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세계를 바로 알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서적 출간이 봇물을 이룬다.

▲ 뉴노멀의 철학
▲ 뉴노멀의 철학
◆뉴노멀의 철학/김재인 지음/동아시아/224쪽/1만5천 원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기존의 질서와 체제, 트렌드가 무너지고 순식간에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저자인 김재인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코로나 혁명’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혁명’은 정치적인 비유가 아니라, 한 체제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다른 체제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건을 의미한다.

코로나 혁명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흐름들을 바꿔놓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개념과 가치, 사상들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혁명은 근본적이다.

이 책은 우리 모두는 이제 막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시작됐다는 말은 아니다. 코로나는 크게 보면 사스와 메르스에서 이어진 감염병 대유행의 가장 파괴적인 국면이다.

이 책에서는 감염병 대유행과 기후위기, 인공지능은 최근 시작한 시대의 변별적 특징이라고 말한다.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난 1789년에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가 역사적인 의미의 19세기이고, 1914년부터 2019년까지가 역사적 의미의 20세기였다면, 인류는 코로나19 때문에 이제 막 실질적인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이 혼란스러운 코로나19의 국면 속에서 한국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급박하게 대응하며, 어쨌든 사태를 통제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는 소위 서구 선진국들을 보며 당황해 하기도 했다.

사회적인 시스템에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국가들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구축한 국가와 사회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견고하고 완전한 형태는 아니었다.

이 책은 새로운 시대가 우리에게 근본적인 차원에서 위기와 기회를 함께 던져주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롭 월러스 지음/구정은·이지선 옮김/너머북스/400쪽/2만4천 원

이 책은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기원을 초국적 거대 농축산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찾는다.

진화생물학자이자 계통지리학자인 롭 월러스가 신종 전염병들의 발상지와 확산 경로, 변형 메커니즘 등을 수년 간 추적 조사한 결론을 담은 책이다.

질병 자체와 방역을 뛰어넘어 공중 보건, 문화적 관습, 정치학 등 다면적인 인프라를 바꿔야 한다는 새로운 상상력이 담겨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신형 감염병의 전파 경로는 이렇다.

거대 농축산기업이 단종으로 공장식 생산을 함으로써 작물과 가축의 면역력이 취약해진다.

숲을 베고 늪을 메꾸며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면 잠들어 있던 병원균의 유전적 재조합이 일어나 면역력이 약해진 개체들을 순식간에 감염시키고 농장의 노동자를 감염시키며, 농축산기업이 만든 판로를 따라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바이러스의 유전적 재조합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지 과학적이고 때론 비유적인 표현으로 자세히 설명해 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조류독감과 H1N1돼지독감, E형 간염, 니파(Nipah) 바이러스, Q 열병 등을 조사한 일화들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또한 과학자 사회와 연구 단체가 정부와 농축산기업으로부터 연구지원금을 받으며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날카롭게 비판한다.

저자는 바이러스의 이름을 기원한 장소에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쟁을 부를 만한 이 주장은 바이러스 발생과 통제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도 하지만, 기원을 아는 것은 바이러스의 분자구조나 전염병의 특징과 결합돼 있어 복잡한 바이러스의 생태학을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코로나19에 대한 모든 뉴스가 빠뜨린 것은 이 전염병이 퍼지게 된 구조적 원인이라며, 예방요법과 백신 처방만으로는 코로나21, 코로나22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 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 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야마노우치 가즈야 지음/오시연 옮김/하이픈/296쪽/1만7천 원

과학이 발전하고 인구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질병과 싸워야만 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 주위에 도사리고 있으며, 이 바이러스는 우리 인간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아무리 조심하고 철저하게 예방해도 바이러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조심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해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게 된다.

저자는 사실적이면서 역사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인간과 바이러스 간의 관계를 밝혀내고, 당시 유행했던 바이러스 특징과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또 바이러스를 부정적으로 대하기보다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50년 넘는 세월동안 바이러스를 연구했던 저자의 글을 모아 출간한 것이다.

바이러스 한 분야만 연구하면서 알게 된 바이러스의 생태를 쉽지만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던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과 각각의 바이러스가 갖는 특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바이러스는 수십억 년 동안 생물과 함께 진화한 ‘생명체’이며, 세포 밖에서는 전혀 활동하지 않는 ‘물질’이기도 하다.

상당수는 연약하며 외부에 노출되면 얼마 안 가 감염력을 잃고 죽는다. 하지만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몇만 년간 동결 상태에서도, 몸이 조각난 상태에서도 부활한다. 바이러스의 생과 사는 생물과 꽤나 동떨어져 있다.

바이러스의 생태를 깊이 알수록 생과 사, 생물과 무생물, 공생과 적대의 경계가 무너져간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생물학의 뿌리에 접근하는 물음을 되뇌게 하고, 바이러스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현 생태계와 지구의 진화과정, 급속히 발전한 문명을 살펴보고자 출간됐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