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천영애의 영화산책…스티븐 크보스키 감독 ‘원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시인 천영애
남들과 다른 얼굴을 가지고 태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크리스마스보다는 얼굴을 가릴 수 있는 할로윈을 더 좋아하는 어기는 무려 27번이나 성형수술을 하지만 긍정적인 성격으로 무사히 견뎌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얼굴이 다른 사람들처럼 되는 건 아니었다. 다만 27번 수술을 하기 전보다 조금씩 좋아졌다는 것 정도. 그러나 생각해보면 얼굴이 다른 사람들처럼 생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다르다. 사람처럼 생겨야 하는 얼굴이란 게 도대체 어떤 것이겠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그들의 얼굴, 가령 눈, 코, 입의 모양은 모두 다르다. 그러니 어기의 얼굴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그가 인간 세계에서 외톨이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아니다.

그러나 어기는 어릴 때부터 얼굴 때문에 밖에 잘 나가지 못했고, 나갈 때는 항상 얼굴을 가리는 무언가를 쓰고 다녔다. 영화에 나오는 가면이나 헬멧 같은 것들을.

어기가 점점 자라면서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고 싶었던 엄마는 어기를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하지만 남들에게는 당연한 그 일도 그들 가족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기가 남들과 다른 얼굴로 친구들과 부딪혀야 하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어기처럼 생기면 자살할 거라는 친구의 말은 어기에게 큰 상처가 된다. 늘 가족들의 관심이 어기에게 가 있어 혼자 자라야 했던 어기의 누나도 가족관계를 묻는 친구들에게 외동딸이라고 말할 정도로 내면적인 혼란을 겪는 상태이다. 외동딸이라는 말은 어기를 부정하는 말일 수도 있고, 가족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누나는 어기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외모는 바꿀 수 없어요.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라는 터쉬만의 말은 그러므로 울림이 크다. 타고난 외모를 어찌 완전히 바꾸겠는가. 다만 어느 시점에 고정되어 있는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 할 뿐이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고 절망하는 어기에게 하는 엄마의 말이 재미있다. “돋보이는 것들은 원래 잘 섞이지 못해.”

그러니까 어기가 친구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것은 어기의 얼굴 때문이 아니라 어기가 그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선을 다르게 하면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떠올려진다. 생각해 보면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이 차별을 받아야 할 이유는 아니다. 다만 다를 뿐이다. 그래서 어기가 하는 말은 울림이 크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왜 우리는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이 일도 못했을까.

헬멧 속에 숨어 있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 그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 세계 8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엄청난 흥행을 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선량하다는 의견에 나는 동의한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며 감동할 줄 아는 800만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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