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흔드는 물음 하나

▲ 시인 천영애
▲ 시인 천영애
12세기 튜더 왕조의 침략 이래 700년간 반목해 온 영국과 아일랜드, 그 속에서 아일랜드는 독립전쟁과 내전을 겪게 된다. 일본의 지배 아래 있다가 독립을 하면서 내전을 겪게 된 우리나라의 역사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의사지망생이었던 동생 데미언이 런던의 병원으로 가기 위해 친구들과 축하잔치를 벌이던 날, 금지되었던 공중집회를 했다며 영국군들이 총칼로 무장해서 주민들을 위협한다.

이름을 밝히라는 영국군에게 영어가 아닌 아일랜드 고유 언어인 게일어로 대답한 17세 소년 미하일을 영국군은 잔인하게 죽여 버리고, 그 일이 도화선이 되어 데미언은 영국으로 가지 않고 독립운동을 이끌던 형 테디와 함께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에 가담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형 테디가 현실에 타협하며 독립운동을 해가는 현실주의자인 반면 동생 데미언은 원칙주의자라는 것이다.

500%의 이자를 받은 고리대금업자에게 법원은 부당하게 가져간 이자를 돌려 줄 것을 명령하지만 문제는 그 고리대금업자가 독립운동을 위한 무기구입자금도 지원했다는 것. 이에 테디는 고리대금업자를 두둔하고 나서지만 동생 데미언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면 영국군과 다를 것이 뭐냐고 형과 대립한다.

영국군과의 휴전이 선언되고 아일랜드 자유국이 탄생하지만 반쪽뿐인 독립이다. 얼스터 6주를 포함하는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령으로 남게 되고, 남부의 다른 주들도 대영제국 국왕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 뉴스는 데미언을 분노하게 하지만 테디는 더 이상 전쟁을 할 수 없다며 후일을 도모하자고 데미언을 설득한다. 그렇게 형과 동생은 갈라서게 되고, 아일랜드에는 내전이 발생한다. 형과 동생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상황이 온 것이다.

체포된 데미언에게 형은 자신에게 협조하면 살려주겠다고 하지만 데미언은 죽음을 택한다. 죽은 동생의 시신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테디.

테디가 데미언을 총살시키는 명령을 내리는 것을 보면서 누구나 하게 되는 질문이 있다. “조국이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신념이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라고 물을 수 있다.

물론 답은 없다. 누구도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줄 수가 없다. 인간은 신념에 따라 사는 경우가 흔하고 보면 그럴 가치가 있을 때가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생애 두 번이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켄 로치 감독은 스타일보다는 메시지가 더 강하다. 또한 디테일보다는 현실감 있는 담백한 연기를 강조하는 좌파 성향의 감독이다.

이 영화는 영국과 아일랜드, 그 애증의 역사를 참회하듯 실상을 고발하는 영화를 찍은 영국인 켄 로치 감독의 뜻에 화답한 아일랜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완성했다. 영화를 찍은 켄 로치가 있었기에 출연한 배우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우리의 역사, 신념에 따라 흔들리는 소시민적인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나라면? 나라면 형제가 우선이었을 것 같다. 형제이므로.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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