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아직도 이 편리한 앱(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이야기 도중에 스마트폰 앱 이용 이야기가 나오자 후배놈은 신이 났다. 그렇다. 스마트폰을 이용해봤자 고작 버스 정류소나 찾고 아니면 뉴스나 메일 검색 정도에 그쳤고 그래도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해외 나갈 일도 외국어 쓸 일이 없으니 통번역 앱도 그렇고 금융거래나 주식 등을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만큼 경제활동을 왕성히 하는 것도 아니어서 일 것이다. 머쓱해진 나는 스마트폰을 24시간 사용하지 않아도 카메라 성능 정도로도 만족하고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강변한다.

스마트폰에는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거나 “반드시 따르고 지켜야 한다”는 정보들로 넘쳐난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뉴스와 그들의 동선, 그리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일상생활 수칙을 철저히 지켜 달라는 당부와 요청이 첫 번째다. 폭염특보와 더위에 따른 온열질환 예방 경고가 쉴 틈 없이 따라 오더니 요즘은 태풍 경보 경고다.

물론 신체적 안전과 재산보호 등을 위한 정보들이니 감사하다. 문제는 내가 요청하지 않아도 성가시게 날아오는 TMI(너무 많은 정보) 수준의 온갖 잡동사니들이다. 그런데 그게 옥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이른바 가짜 뉴스들이다.

코로나19가 국가 재앙급으로 재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는 엉거주춤식 처방이 나오는 판에 대학병원 전문의들의 파업 사태가 2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라는 것이 나로서는 또 의문투성이다. 우리나라의 의사수가 OECD 국가들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서울과 지방의 의료인력 수급현상도 불균형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전문의들은 의료인력 불균형에 대한 처방으로 정부가 공공의대를 설립키로 한 것을 반발 원인의 하나로 꼽는다.

“아니, 의사를 더 공급해서 지방에서도 의료혜택을 받게 하겠다는데 지금 전문의들은 밥그릇 놓고 국민들을 볼모로 사다리 걷어차는 것 아닌가?”

“그 공공의대(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를 사실상 전라도 목포와 남원에 주기 위한 꼼수니까 반발하는 겁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경상도에서도 포항과 안동 등에서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추진단을 준비하고 있다던데?”

“남원에는 이미 의대를 세우기 위한 토지도 선정됐고 지금 보상이 진행되고 있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라도에 의대를 세워주겠다고 공약도 했잖아요. 지금 그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그럼 공공의대 입학자격을 단체장이나 시민단체에 준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도 그 맥락이란 말이냐?”

“그렇다니까요. 공공의대 게이트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니까요. 아무려면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하고 대다수 교수들이 지지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아무려면 정부가 그렇게 무모하게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나. 전국의 국립대학병원이 모두 적자이고 경북대병원만 하더라도 직원이 5천 명이나 되는데 그 엄청난 프로젝트를 지금 의사단체의 우려처럼 사전 준비동작 없이 시작하겠나?”

“정부가 선한 의도와 원칙만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면 왜 의사들이 그렇게 반대할까요. 코로나가 창궐하고 국민 일상이 올 스톱된 지금 정부가 이 정책을 왜 강행하려 하는지 의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의사들의 주장과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 이유가 가짜 뉴스 때문이라면 정부는 근무복귀 명령하고 고발하기 전에 그 팩트를 공개해서 의사들의 파업을 진정시켜야 한다. 전라도에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단체장이나 시민단체에 신입생 추천권을 주지 않겠다고, 공공의대 졸업생들에 대한 특혜 시비도 없애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공공의료 정책은, 안 써도 불편하지 않은 스마트폰 앱처럼, 지워버리면 그만인 쓸모없는 TMI처럼 몰라도 되는 정보일까.

공공의대는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의해 설립돼야 한다. 그리고 그 법률안이 아직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되지도 않았다. 정부와 의사, 누가 진짜 국민 편인지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이 거대 여당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 같기에. 언론인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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