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대의 학생 선발 과정에 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한다고 발표하자 이를 비판하는 패러디 게시물이 온라인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부모찬스 등으로 공공의대에 들어가서 서울대병원에서 임상교육과 실습을 받고 국립암센터에서 의무 복무를 마치면 보건복지부에 우선 채용될 수 있다.

게다가 학비와 기숙사비, 교재비까지 모두 지원을 받아 의사면허증을 딸 수 있다고 한다.

이같은 지원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소설 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건복지부 공식 블로그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토대로 살펴보자.

첫째 학생선발에 대한 내용이다.

공공의대 학생선발에 시·도지사 추천에 대한 내용이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학생 후보 추천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시·도 추천위원회가 정부 제시 심사 기준 등을 토대로 시·도에 배정된 인원의 2-3배수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발해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 ‘현대판 음서제도’, ‘시민단체가 왜 추천’ 등의 비난 글이 쏟아지자 현재 보건복지부 공식 블로그에는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학생선발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구체적인 선발 방식을 국회 법안 심의 관정을 통해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 16조1항에 의하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은 공공보건의료 인력의 양성을 위해 의학전문대학원과 보건대학원을 둘 수 있다.

즉 공공의대는 의과대학이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과정을 제시할 지 걱정이 된다.

둘째 부속병원이 없는데 과연 제대로 된 의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법안 23조2항에 따르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학생의 의학 교육 및 임상수련을 위해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기관에서 교육·실습을 할 수 있다.

공공보건의료수행기관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과 교육·실습 기관으로 협약한 체결한 의료기관이 이에 해당된다.

공공보건의료수행기관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에 따라 경북대병원과 같은 국립대학병원과 서울대병원, 국립암센터 등이다.

결국 공공의대 학생은 대도시에 있는 국립대학병원에서 임상교육과 실습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교육현장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셋째로 의무복무기간과 의무복무기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공공의대생의 의무복무기간은 의사면허취득 후 10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턴 1년, 전공의 4년의 수련기간도 절반을 인정한다고 하니 실제 의무복무기간은 7년6개월이다.



또 선발된 지역에서 복무를 하는 것이 원칙이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직접 배치를 하는 경우는 다른 지역에서 근무를 할 수 있다.

공공의료기관(국립대학병원, 서울대학병원, 국립암센터 등),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의무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이렇게 되면 동일한 공공의대 출신이라도 소위 힘 있는 집안의 자녀는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의무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넷째로 의무복무가 종료된 의사를 보건복지부 또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우선 채용할 수 있으며, 국제기구 파견 등에 우선 선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문제다.

우선 채용에 대한 특혜와 불공정 시비가 끊이질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비와 교재비 등을 해당 학교가 부담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학교의 지원금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나온다.

예를 들어 서울대병원과 같은 최고의 환경에서 실습을 하면서 공짜로 학교를 다니며 의사면허를 취득하도록 도와주는 데 고작 의무복무기간이 7년6개월이라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요즘 2030세대가 갖는 불공정과 편법에 대한 분노가 부쩍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불거진 인천국제공항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젊은이들은 공정한 취업의 기회가 사라진 것에 대해 분노를 터트렸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대 정책이 얼마나 큰 문제가 있는지를 잘 아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의사면허증과 의대합격증을 얻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유급을 각오하면서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이를 단순한 직역 이기주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규정하면 안 된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의료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도록 투쟁하는 것인 까닭에 결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자 힘든 싸움을 하는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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