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내돈내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발행일 2020-09-09 10:13:4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은 이래 병원의 일상도 바뀐 것이 있다. 병원을 방문하면 우선 손 소독부터 하고 체온부터 잰 다음,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하고 난 후에라야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마스크를 쓰고.

특히 인중이나 입술, 입술꼬리 수술을 위해 멀리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우선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코로나19 환자들이 창궐하고 있는 지역에서 찾아온 이들을 만날 때면 더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도 한다. 마치 이번 3~4월 대구 신천지에서 유래한 코로나 감염증으로 대구가 전국 곳곳에서 차별을 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성형수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근을 많이 하는 편이라 상담을 위해 만나게 되면 수많은 병원에 대한 정보와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블로그, 카페의 이야기를 외우다시피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특히 비대면 접촉을 할 수밖에 없는 요즘,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정보를 얻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가끔 그 정도가 지나쳐서 걱정이 되는 경우도 있다.

며칠 전 대구에 사는 여성 한 사람이 찾아와 몇 가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상의를 했다. 우리 병원의 수술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 자신은 서울에서만 수술을 한다는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은 상담도 서울에서만 하고 이제껏 성형수술도 서울에서만 해왔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수술을 했는지 물었더니 나이에 비해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수많은 수술들을 여러 부위에 한 것을 알게 됐다.

그것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 합병증들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자신이 가입하고 알고 있는 수많은 카페, 블로그, 유튜브 기사들을 줄줄 외면서 대구에는 이런 병원들이 없고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고 새로운 유행의 수술을 많이 하는 서울까지 간다는 것이다. 새삼 광고의 위력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요즘 유튜브를 달구고 있는 ‘뒷광고’ 이슈가 떠올랐다. 이름난 카페, 유튜브 채널들이 처음에는 순수한 의도로 모임이나 관심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유명세를 갖게 되면 사람의 욕심이 개입해서 초기의 목적과는 달리 상업적으로 변질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광고회사들이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일이 생기고 나면 광고로 도배되는 것은 순식간에 이뤄진다.

유명한 카페들의 표지화면이 수많은 협찬 광고로 도배되고 협찬 이벤트로 채워지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보다 더 심한 것이 유튜브의 ‘내돈내산’ 광고다.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이라는 주제로 상품광고를 하다가 결국 거짓이라는 사실이 들통나면서 수많은 비난을 받게 된 자칭 인플루언서들의 낯 두꺼운 반성문을 보고 있으면 이제껏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던 호감마저 모두 사라지고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현상은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홈페이지에 부작용이나 합병증에 관한 언급 한마디 없이 무료 수술이나 수술비 할인 조건으로 사진을 포함한 후기를 올리는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병원 광고를 맡은 회사가 성형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수많은 수술 후기를 만들어 올리고 여기에 수많은 댓글로 환자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결국 ‘의료 뒷광고’인 셈이다. 이렇게 들어간 광고비는 고스란히 환자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수많은 병원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믿을 만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가 힘든 세상이 됐다. 환자의 상태보다는 비싼 치료, 비급여 치료로 유인하기 위해 실비보험에 들었는지 여부를 먼저 물어보는 희한한 상황을 자주 보게 된 것이다. 의료 정보가 개방되고 넘쳐나게 되면서 정확한 정보는 장삿속이 가득한 정보에 가려져 알 수 없게 된 아이러니 같은 현상이 생긴 것이다.

언택트 사회가 되면서 새롭게 변화하는 환경이 우리의 눈과 귀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서도 환자의 안전과 정확한 진료를 위해 지켜야 할 규범을 새로 세워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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