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2012년 12월26일 취임한 후 최근까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운 아베 총리의 전격적인 사임으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씨가 일본의 새로운 총리로 임기를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는 한일 관계나 스가 내각의 경제정책 변화 방향과 영향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총리가 바뀌는 것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돼 있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솔직히 총리가 바뀌어도 크게 변할 것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솔직한 전망이다.

먼저 스가 총리의 임기에 대해 생각해보자. 최고지도자로서 무엇을 할 것이며, 남길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안은 채 갑작스럽게 사퇴한 전임 총리가 남긴 1년의 임기를 보내야 한다. 또 그 1년이 지날 즈음이면 총리 연임을 위해 의회 해산과 총선, 자민당 총재선거와 같은 많은 정치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한다.

성공적으로 총리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정치 이슈에서 높은 지지도를 유지해 승리해야만 하는데 전임 총리가 남긴 숙제들이 만만치 않다. 정치자금법문제, 지인이 운영하는 사학 재단에 대한 특혜 의혹, 행정부 문건조작 의혹 등 해결되지 않은 정치적 문제를 남기고 떠난 상황으로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단기에 신임 총리직을 사임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임 내각에서 추진했던 아베노믹스도 초기에 반짝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두 차례의 소비세 인상 등으로 큰 성과없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아베노믹스가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던 시절, 부활한 혹은 부활한 것처럼 보이던 일본경제를 자랑하기 위해 유치했던 2020년 도쿄올림픽은 언제 다시 열릴지 누구도 모를 상황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내각의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는 점도 새로운 내각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지금까지 나열한 것만 봐도 스가 총리가 연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일본 내에서도 과연 1년 안에 이 과제들을 전부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고 대외적으로도 외교 역량이 미흡한 신임총리가 제대로 일본을 대표해 국제사회가 바라는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에 찬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일본과 타 국제사회의 전망과 평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정작 문제는 한일 관계다. 스가 총리 취임 이후 한일 간 관계 정상화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쉽사리 정상화의 길로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징용공 배상문제는 지금까지 봐 온 것처럼 설사 한일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논의한다 손치더라도 쉽게 풀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신임 총리가 대외적인 주요 안건에 대해서는 전임 총리와 긴밀히 협의해 사안별로 정리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상 그저 낙관적인 전망에 기댈 수만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양국 간 경제 관계에 대해서도 기대와 희망이 섞인 전망들이 나오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게 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베노믹스를 대신하는 정책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엔저 방침의 변화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개선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를 봐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기존 정책을 당장 폐기할 수 있을 정도까지 일본경제 여건이 개선된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불확실성도 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총리직에 올라 새로운 정책을 구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악화된 양국 관계가 이대로 있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총리가 바뀌었으니 양국 정상 간 대화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건을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이번에 바뀐 스가 내각의 태도도 기껏해야 현상을 유지하려는 상황관리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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