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정의 우롱한 지도층의 파렴치||‘X뺑이’ 친 병역필자 우습게 만들지 마라

▲ 홍석봉
▲ 홍석봉
홍석봉

논설위원

점입가경이다. 온 국민의 일상이 뒤죽박죽이 됐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은 잡힐 기색이 없다. 지도층 인사들은 코로나에 노심초사 중인 국민들의 가슴속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 의료계 파업 뒤끝도 씁쓰레하다. 최고 엘리트 집단의 호박씨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지도층의 특권의식에 국민 가슴엔 피멍이 든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를 두고 나라가 시끄럽다. 궤변이 난무한다. 끗발 좋은 부모님을 둔 병사의 직무 일탈이 신성한 병역 의무를 농락하고 국방부는 모멸당하고 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했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고개 숙이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언론과 야당의 추궁과 닦달에 또박또박 말대꾸하며 사태를 키웠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마지못해 한 듯한 사과 표명은 않는 것만 못했다. 부모 찬스의 ‘스펙 품앗이’로 국민 공분을 산 조국 전 장관 딸에 이어 추 장관 아들의 ‘황제 군 복무’를 대하는 국민들은 한국 사회에 난무하는 ‘엄마찬스’와 ‘아빠찬스’에 절망한다. 더구나 법과 질서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장관이 되레 공정과 정의를 우롱하는 판국에랴.

-공정과 정의 우롱한 지도층의 파렴치

의사 파업은 겨우 봉합됐지만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 부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국민 정서에도 안 맞는다는 주장이 많다. 의사 집단만 특별대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천재지변도 아닌데 자의로 시험을 거부한 수험생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단초는 정부가 제공했지만 의료계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이해집단의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고 밀어붙인 정부의 경솔함 탓이 크다.

의사는 자격증을 따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고생과 수고 끝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책임을 진다. 사회적으로도 존경받고 예우 받는다. 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정부와 국민이다. 논란의 중심이 됐던 낙후된 지역의 인력 부족과 의료 시설 투자는 정부몫이다.

많은 국민들이 의사 파업을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본다. 국민들의 생명을 외면한 채 환자를 볼모로 잡는 인질극은 더 이상 안 된다.

지도층의 내로남불과 비상식에 국민들은 지쳤다.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외침은 문재인 정부를 욕보이는 부메랑이 됐다. 공정과 정의가 마구 유린당하고 있다.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은 공염불이 된지 오래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공정을 강조했다. 물정 모르는 소리에 헛웃음만 나온다.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다시 회자된다. 로마 귀족은 전쟁이 일어나면 솔선수범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스스로 전장에 나섰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 2000년 역사를 지탱해준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고 했다.

-‘X뺑이’ 친 병역필자 우습게 만들지 마라

영국의 사학명문 ‘이튼(Eton) 칼리지’는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 전사한 졸업생 1천905명의 이름을 교내 교회 건물에 새겨 놓았다. 미군 장성의 아들 142명이 6 · 25전쟁에 참전했다.

군복을 입고 흙바닥을 뒹구는 벨기에 공주, 해병대 근무를 자원한 군 장성의 아들과 최전방에 소총수로 입대한 정권 실세의 아들, 월남전에 파병한 군 고위장성의 아들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사들의 이야기가 SNS를 달구고 있다.

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추미애 장관의 모습은 한없이 추해 보인다. 추미애 구하기에 나선 여당 정치인들의 몰염치는 가관이다. 망발과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수준의 알랑방귀까지 나왔다. 꼴불견이다.

을지문덕 장군이 우중문에게 보낸 글의 마지막 연이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다. 족한 줄 알고 이젠 그치기를 바란다. 더 이상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물러나는 게 맞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X 뺑이’ 친 대부분의 병역필자를 우습게 만들지 마라. 이제 고마 해라.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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