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한 대학 관계자의 ‘갑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학에서 국가자격시험을 치던 수험생을 시험 도중 호명해 총장 전용구역에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켜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시각을 다투는 급한 일이 아니라면 시험과 관련 없는 일로 수험생을 호출하면 안된다. 그것이 상식이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이 아직 전국민의 기억에 생생하다. 유형은 다르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지난 17일 2020년 상시 기능사(미용사) 실기 시험을 치던 수험생 B씨의 이름을 감독관이 난데없이 불렀다. 감독관은 “대학 총장 자리에 주차하면 어떻게 합니까. 빨리 가서 차 빼세요”라고 했다고 수험생의 헤어모델 A씨가 주장했다.

이날 A씨와 B씨는 수험장에 도착한 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때마침 비어있는 자리에 주차하고 입실했다. 시험이 시작된 지 1시간도 안돼 B씨의 이름이 호명돼 A씨가 대신 차를 이동시키러 나갔다. 그러자 대학 관계자가 총장 자리에 마음대로 주차한 것에 사과를 요구하며 A씨의 차를 다른 차로 가로 막았다.

A씨는 대학 관계자가 차문을 열고 자신을 강압적으로 끌어내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손목 등에 전치 2주 가량의 상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주차와 관련된 시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험을 치고 있는 수험생을 불러내 차를 이동시켜달라고 하는 것은 정말 황당하다. 수험생의 입장을 전혀 배려않은 전형적 갑의 태도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관리공단 측은 수험생 확인 당시를 제외하고는 시험 도중 이름을 호명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어모델이 시험 중 차를 이동시킨 것에 미뤄보면 어떤 형태로든 수험생에게 황당한 요구를 한 것은 사실로 보여진다.

기관장 전용주차 자리가 필요할 수 있다. 그 자리가 항상 비워져 있어야 한다면 다른 차량이 주차할 수 없도록 사전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총장 차량을 주차하기 위해 자리를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하더라도 이번과 같이 국가 자격시험을 치는 도중에 차를 이동하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수험생이 전용 주차구역을 알아보지 못하고 주차한 것이라 하더라도 시험 끝날 때까지 조금 기다려주는 미덕을 발휘할 수 없었는지 아쉽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를 가르쳐야 할 대학에서 자신들의 권리만 앞세우는 듯한 일이 일어났다. 이번 일과 관련해 대학 측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이런 일이 더 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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