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간 용역 보고회서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으로 확정||지난 10일 용역 착수

▲ 대구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 거리 입구의 모습.
▲ 대구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 거리 입구의 모습.
최근 40여 년 만에 결별하기로 했던 대구 동구 평화시장과 닭똥집 골목(본보 8월11일 1면)이 상인들의 등살에 결별 선언 한 달여 만에 재결합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동구청이 지역적 특색이 강하다는 이유로 평화시장 꼬리표를 떼기로 했던 기존 결정을 43일 만에 번복하고, 결국 닭똥집 골목의 최종 네이밍을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으로 확정한 것.



구청은 전문가 의견, 설문조사 등 다양한 이유를 댔지만 결국 평화시장 상인들의 반대가 가장 결정적이었다는 게 다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평화시장 굴레에서 벗어나 전국적 먹거리 골목으로 훨훨 날아오르려던 동구청의 원대한 꿈도 한 여름 밤의 꿈으로 사라지게 됐다.



22일 동구청에서는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명품테마로드 조성 마스터플랜 수립 및 캐릭터 개발 등 중간 용역 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닭똥집 골목을 상징하는 메인 컬러와 캐릭터, 공간 활용계획, 설치물, 간판 수정 등 이전 보고회에서 나오지 않았던 보다 발전적이고 세밀한 밑그림들이 그려졌다.



특히 그간 말이 많았던 닭똥집 골목의 최종 이름을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으로 확정지으며 논란이 일었다.



이날 동구청은 전국 350명의 20~40대 성인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이 43.4%의 득표율을 기록, ‘대구 똥집 골목’(35.1%) 등을 제치고 최종 이름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닭똥집’이라는 서민적이고 친근한 음식이 평화시장 이름과 잘 조화를 이룬다며, 브랜드 관리에서도 그간의 인지도와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온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의 명칭을 바꾸는 것은 부담이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지난달 10일 있었던 용역 착수 보고회에서 나왔던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당초 동구청은 평화시장은 대구를 포함, 전국에 4곳이나 있어 혼동을 줄 수 있고 지역적 특색이 강해 전국적인 먹거리 골목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평화시장 꼬리표를 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었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동구청의 입장 변화에 대해 내부 관계자들은 평화시장 상인들의 반대가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닭똥집 골목에 연접해 그동안 막대한 홍보 효과를 누려 왔던 평화시장 상인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



또한 닭똥집 골목 사업에 지분권이 크며, 평화시장의 소유주이기도 한 A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닭똥집 골목 상인들의 미지근한 반응도 이번 결정을 부추겼다.

결국 평화시장 상인들의 등살을 이기지 못한 동구청이 기존 명칭으로 되돌아 가야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형식상의 설문조사까지 했다는 것이다.



정작 설문조사에서도 후보에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과 ‘대구 똥집 골목’, ‘대구 똥집 골목 by 평화시장’의 세 가지 항목만 있을 뿐, 기존 동구청이 밀던 ‘대구 닭똥집 골목’은 빠져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평화시장 이름표를 떼는 것에 대한 상인들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평화시장 이름을 떼는 게 맞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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