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누가 누구를 포획하나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정부가 내놓는 각종 규제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고 정부공공부문 등을 포함해 규제권한을 부여받은 규제기관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때 통상 규제대상이 되는 피규제자는 일반 개인보다는 기업이나 특정 이익집단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제기관에 로비 등을 통해 규제기관이 그들을 보호하거나 협력하도록 한다.

이처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규제기관이 오히려 피규제기관에게 포획당함으로써 규제실패(regulatory failure)는 물론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가리켜 규제포획(regulatory capture)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익포획과 관계포획이다.

전자는 뇌물이나 향응 등의 대가로 감독업무를 태만히 하거나 편익을 봐주는 것을 말하며 후자는 회전문 인사 등을 통해 형성된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사이의 인적네트워크가 전관예우처럼 특수 이익을 제공하는 통로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속칭 김영란법처럼 법제도가 정비되고 사회단체 등의 모니터링이 강화되는 한편 개인이나 조직 차원에서의 도덕적 해이 예방 노력이 강화돼 이런 현상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드러나는 경우가 크게 감소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규제당국이 규제포획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아니다. 흔히 정책의사결정은 종합예술에 가깝다고 한다. 이해당사자가 많은 만큼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그것을 풀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정책의사결정 과정에서는 통계 외에도 법제도나 전문가 의견 및 국내외 사례 등 다양한 정보 분석은 물론이고 해당 정책의 경제사회적 영향 평가 등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의사결정이 이뤄져야 비로소 규제포획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정보포획이라는 또 다른 규제포획에 빠질 수 있다.

정보포획의 경우는 규제당국도 모르는 사이에 발생할 수도 있지만 주어진 정보에 대한 왜곡된 해석이나 정책의사결정 방향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경우에 종종 발생하곤 한다. 만약 규제당국이 정보포획에 빠지게 되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도입되는 규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부동산대책이나 개인 투자자에 대한 과세 방안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부동산대책은 통계 등 정책의사결정의 기본이 되는 것들이 보여주는 현상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장과 규제당국 간 입장 차가 너무 컸다. 그러다 보니 규제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관련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규제에 영향을 받게 됐고, 정책 일관성도 훼손되는 등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개인 투자자에 대한 과세 방안도 마찬가지다. 증권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 방안 등은 변경됐지만 이 또한 규제 대상들의 반발을 가져와 규제당국이 의도했던 바와는 다른 방향으로 정책의사결정이 이뤄지고 말았다.

최근에는 다중대표소송제도가 포함된 상법개정안,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해고자 및 실업자 노조가입 허용과 비조합원 노조임원선임 허용 등을 포함한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속칭 ‘공정경제 3법’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나 이 가운데는 해외(주로 선진국)에서 전혀 사례가 없거나 그나마 있다하더라도 이미 폐지된 법안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언론 등에 비춰진 바와 같이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비정상적인 경영관행으로 공공의 이익을 저해해 온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규제가 가져올 부정적인 측면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정책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다. 주요 민간 경제단체에서 대정부 건의안을 시급히 제시하는 등 노골적으로 규제당국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객관적이고 중립적이지 못한 규제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규제당국이 포획되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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