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이 추석 귀향도 막았다. 이번 추석엔 가족이 모두 ‘방콕’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숙지지 않은 채 위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수송 인원이 해마다 3천6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추석 명절 때 친인척끼리 많은 인원이 모이고 함께 음식을 나눠 먹다 보면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급적 모이지 않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정부까지 나서 추석 귀향 자제를 호소하고 있는 판국이다.

지난 22일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0명이다. 대구에서는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경북은 포항 5명, 경주 1명 등 6명이 새로 발생했다. 여전히 산발적으로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추석 연휴 때 고향과 친지 방문 자제를 강력 권고하고 나섰다. ‘민족 대이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2차 대유행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고령층이 있는 가정을 방문하는 것은 자제해달라고 강조했다.

지자체에서도 귀성객을 맞는 것이 조심스럽다. 역시 귀향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의성군은 지역 내 홀로 어르신 1천800여 명과 함께 추석 연휴 고향 방문과 성묘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안부 동영상을 제작, 타지역 거주 자녀들에게 전달키로 했다. 김천시는 이·통장과 출향인 등 1천100명에게 “추석에는 최대한 이동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문을 보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장거리 이동 제한 조치를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5월과 8월의 연휴 직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사례가 있다. 그렇기에 이번 추석 연휴가 더욱 걱정되는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때도 추석을 쇠고 난 후 전국으로 확산됐었다. 국학진흥원은 조선 시대에도 전염병이 창궐하면 추석 차례를 건너뛰거나 불참해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려운 시기에는 그만큼 서로 조심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제주도와 강원도 등 관광지에 추석 성묘 대신 관광을 즐기려고 예약을 해 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위축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관광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자칫 화근이 될 수도 있어 우려된다.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물론 개인들도 거리두기를 지켜 또 다른 코로나 진원지가 되는 불상사는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

이번 추석엔 부모를 찾아뵙지 못해도 이해해 주고 온라인 차례와 인사를 나눠도 모두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코로나가 명절 풍속도마저 바꿔 놓은 기막힌 현실이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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