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려상 수상자 김병락
▲ 장려상 수상자 김병락
수상 문자를 받고 다시 경흥사를 찾았습니다.

초록의 병풍이 둘러쳐진 동학산은 여전히 함묵합니다. 언제 가도 푸근하기만 한 절 마당엔 높다란 은행나무가 반가이 맞아 주었고 연분홍 코스모스가 한들거립니다. 대낮인데도 이렇게 적막할 수가, 난 숨조차 죽이며 먼저 명부전을 찾아 삼배를 올렸습니다.

수미단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뭇사람이 많이 찾아 주지도 않고 눈여겨 봐주지도 않는 곳, 오늘따라 더 외로워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언젠 가는 꼭 본디 모습을 되찾을 겁니다’ 나는 그런 날이 오리라 염원하며 고된 흔적들과 눈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여름, 경흥사는 거뜬히 태풍을 이겨냈고 이젠 가을을 맞이하기에 분주합니다.

잘 정리된 마당을 걸어 산신각, 부도탑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청정 약수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가람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수상 소식을 접하고 찍는 이 사진은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기도 하지만, 몸소 체험한 것을 누구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입니다.

하산 길 왼쪽 계곡의 호쾌함이 적막을 깨웁니다. 이참에 선뜩 힘을 얻어갑니다. 부족한 글을 선정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저의 힘 적으나마 우리 문화유산을 길이 보존하는 데 보태렵니다.

△2006년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필집 ‘매호동 연가’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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