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 당첨이 어려워진 2030세대가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청년층을 사실상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아넣고 있다. ‘영끌’과 ‘빚투’에 올인하는 2030의 현실이다. 갭투자는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시세차익이 목적이다.

최근 2년간 대구의 갭투자자 중 2030의 비율이 3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한 갭투자가 청년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다.

28일 국토교통부가 국민의힘 김상훈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대구시 연령대별 주택거래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 8월까지 2년8개월간 대구의 갭투자 4천816건 중 30대 비중이 27.9%(1천342건)로 40대(33.0%, 1천588건) 다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265건으로 5.5%를 차지, 대구의 갭투자자 3명 중 1명은 2030세대였다.

갭투자 차단 목적의 6·17대책 발표 후에도 30대의 갭투자는 대구에서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수성구의 경우 6월 25.4%, 7월 25.9%, 8월 32.6%, 9월 31.0%로 지속됐다. 정부의 갭투자 규제 강화 조치를 비웃듯 30대의 내 집 마련 욕구가 분출했다.

서울과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갭투자자 중 20~30대 비율이 전체의 3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의 ‘영끌 갭투자’ 결과다.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선 지난달 갭투자 비율이 70%대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 원을 넘어섰다.

실수요와 투기를 구분하지 않고 갭투자 자체를 시장 교란의 온상으로 취급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상훈 의원은 “무분별한 갭투자 규제는 자칫 지역의 2030 청년세대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차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도 5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갭투자뿐만 아니라 급등하는 아파트값 탓에 아예 전세로 눌러앉은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 가격의 천정부지 인상은 내 집 마련 꿈을 점점 멀어지게 한다. 영끌 갭투자의 악순환만 거듭된다.

정부는 갭투자와 같은 투기수요는 철저히 차단하면서 효율적인 정책금융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주택 공급을 늘리고 공공임대 주택 확대를 통한 주거 안정은 지상 과제가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엇박자 부동산 대책만 난무한다. 2030도 걱정이지만 후대까지 걱정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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