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받는 20대 이하 전년보다 2배 늘어||청년들 실업급여 매달리다 중독 될수도

▲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전경.
▲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전경.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대구지역 고용한파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 ‘실업급여 중독’에 빠져 취업을 포기하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질낮은 일자리보단 오히려 실업급여를 타는 것이 훨씬 낫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최근 대구고용노동청이 발표한 ‘2020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대구지역 실업급여 수혜자는 3만4천364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만1천328명(32%)이 늘었다.

실업급여 액수 역시 544억8천만 원을 기록, 전년 동월 대비 200억 원이 넘게 증가했다.

특히 청년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8월 20대 이하 청년의 실업급여 수혜자는 전년 동월 대비 99.9% 증가했다.

올해 실업급여는 일일 기준 6만120~6만6천 원이 책정됐다. 한 달로 환산하면 180만~198만 원이다.

대구지역 20대 청년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180만 원선(대구청년유니온 2019년 조사결과)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치와 비슷하거나 높다.

지난 2월부터 대구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자 고용노동부는 특례를 적용, 대구지역 실업급여 수령자는 대면 활동 대신 온라인 구직만으로 구직활동을 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온라인 구직활동 자체도 한 달에 4시간 남짓의 인터넷 수강이 끝이다. 인터넷 강의를 켠 뒤 5~6분마다 페이지만 넘겨주면 된다.

횟수 제한 없이 신청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이도 있다. 6개월 이상만 근무하고 비자발적으로 퇴직할 경우 6~8개월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 것도 허점이다.

온라인상에선 실업급여 요건 맞추는 방법 등이 공유되고 있다.

일부 청년들은 5개월 정도 일을 한 뒤 6개월째는 의도적으로 근무를 성실히 하지 않아 비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올 초 새내기 사원을 선발해 근무를 시켰는데 5개월째부터 업무를 거부하고 근태가 나빠 결국 퇴사시켰다”며 “다른 기업대표에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이 같은 행위가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실업급여 중독이 결국 청년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남대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현 실업급여 제도는 처음의 목적과 방향성을 잃고 인기영합적인 포퓰리즘성 정책으로 전락했다”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기적 목표 없이 국민들의 배를 일시적으로 채워주는 정책으로 연명한다면 국가의 장래가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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