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서 좋은 지금」 (천년의시작, 2011)
엄마란 말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울컥한다. 인류역사를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말임에 틀림없다. 종족보존 본능에 기해 생명을 보듬고 복제한다. 엄마는 잉태하는 열 달 동안 태아를 보호해주는 숙주이고 세상에 나와 최초로 만나는 수호천사다. 인간은 미숙한 채로 태어나기 때문에 홀로 생활하기 위해선 오랜 세월 정신적 육체적 양육을 필요로 한다. 홀로 설 때까지 먹이고 입히며 재워 줄뿐더러 정서적으로 단련시켜주고 지적인 훈육도 책임진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보살핌의 끈을 놓지 않는 질긴 숙명을 타고난다. 엄마는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배신하지 않는 후원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식 편에 서는 거의 유일한 사람인지 모른다.
종족보존은 모성애 본능에 크게 의존한다. 모성애는 잉태하는 순간 발현되지만 태아가 몸 밖으로 나올 때 본격적으로 시현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질 때 알 수 없는 낯선 책임감에서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질 수도 있으리라. 엄마의 딸과 실존적 자아로 살아온 지난 세월과 고별하고 연약한 아들딸의 굳센 엄마라는 본능적 굴레에 갇히게 된다. 뒷덜미를 잡힌 것 같아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해도 결코 이상하진 않다.
엄마는 자신을 잊고 오직 아들딸을 위해 헌신한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앞만 보며 산다. 그렇게 하면 자식이 엄마가 인도하는 길로 잘 따라오리라고 굳게 믿는다. 엄마는 처음부터 배경이고 조연이지만 아들딸은 시종 형상이자 주연이다. 아들딸이 밝은 달이라면 엄마는 어둠이란 배경일 뿐이다. 아들딸을 더욱 빛나게 하고자 한다면 엄마는 칠흑 같은 어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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