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화 신도청권 취재팀장
▲ 문정화 신도청권 취재팀장
잇따른 연휴 끝에 달력을 보니 올해도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대구경북 관광의 해다’, ‘전국체전의 해다’며 벅찬 마음으로 2020 경자년을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나버릴 것 같은 한 해가 돼 가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2020년은 없는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구경북 510만 시도민에게 경자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해다. 코로나19 확진자 8천여 명, 사망자 200여 명 등 희생을 감수하며 K-방역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통합신공항 이전부지도 확정해 대구경북의 100년 미래를 담보할 모멘텀도 마련했다. 이제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라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사람은 민선 7기 출범 후 1일 시도지사 교환근무, 간부공무원 교환근무라는 ‘기발한’ 이벤트로 소통했고 답보 상태인 통합신공항 추진에도 속도를 냈다.



2월 중순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나오자 직접 마이크를 잡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위축된 시도민을 격려하며 역량을 결집, 위기를 돌파해 나갔다. 그 결과 대구·경북은 8월 이후 재확산 상황을 순조롭게 관리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역 코로나19가 숙지자 좌초 위기에 처한 통합신공항 되살리기에 나섰다. 알다시피 이전후보지 주민투표를 실시해 그 결과가 나왔음에도 6개월째 이전부지를 확정짓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다. 자칫 대구경북을 전국적인 웃음꺼리로 만들 뿐 아니라 리더십 실종으로 두 사람의 정치적 위상까지 타격할 그야말로 누란(累卵·층층이 쌓아올린 알)의 형편이었다.



이 지사가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 과정에서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이를 마무리 한 것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그는 통합신공항 문제 해결을 위해 권 시장과 직접 국방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만났다. 그 과정에서 국내 최고 정보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이 지사 특유의 전략적 사고에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친화력과 포용력이 유감없이 발휘됐음은 물론이다.



이 지사는 권 시장이 전하는 도내 시군과 연결된 대구의 현안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였다. 정치적 유불리도 계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재선 권 시장이 초선 '이철우'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이다. 1995년 민선 단체장 출범이후 ‘문희갑-이의근’, ‘조해녕-이의근’, ‘김범일-김관용’, ‘권영진-김관용’ 조합이 있었지만 ‘권영진-이철우’ 만큼 소통이 원활한 콤비는 없다.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얼마 안된 어느 날. 권 시장은 이 지사에게 “4년 해보니 (대구·경북이 따로 있어서는) 답이 없다”며 행정통합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시장은 어쩌면 초임때 이미 행정통합을 생각했을 수 있다. 고교 졸업 후 수도권에서 줄곧 활동해온 그가 GRDP(1인당 지역내총생산) 꼴찌라는 꼬리표를 20년 넘게 달고 있고, 1당 독주의 수장 자리에 도전하면서 이를 고민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무책임하다.



이 지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3일 대구·경북언론인모임 초청 토론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이날 “(행정통합이) 잘 안되는 제일 큰 문제가 시도지사 문제다. 내가 꼭 (단체장을) 지키려고 하면 안된다. 언제든 자리를 비울 수 있는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는 각오와 함께 논의를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이 지사도 1년 넘게 도정을 운영하다보니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제 코로나19와 통합신공항 문제로 수면아래 있던 행정통합 논의는 공론화추진위원회 출범으로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됐다. 명칭에서부터 재정,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적 사안까지 난제들이 한 둘이 아니다. 행정통합은 코로나19처럼 매일 중대본 회의에서 우리 형편을 얘기하며 지원을 요청하거나 국방부를 상대로 설득할 사안이 아니다. 순전히 대구·경북 내부에서 적극적인 소통으로 여론을 결집, 일궈내야 할 일이다. 바야흐로 권 시장과 이 지사의 리더십이 510만 시도민으로부터 검증받는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