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상업지역 ‘용적률’ 어떡해야 하나

발행일 2020-10-14 13:10:0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코로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대구에서 최근 건축물의 ‘용적률’ 기준을 두고 때아니게 대구시와 시민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용적률은 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전체면적의 비율로, 대개 건물 높이는 이 용적률에 따라 결정된다. 갈등은 현행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중 용적률 관련 조항을 대구시가 변경하려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대구시의 계획은 현재 상업지역에 주거복합건축물(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을 지을 때 적용되는 용적률 허용 최대치인 1천300%를 400%로 대폭 낮추는 것으로, 앞으로 상업지역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 건설을 억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구시의 이런 움직임이 알려지자 일부 지역에서 반대하고 나섰다. 중구를 비롯해 서구, 수성구의 일부 주민들은 용적률이 제한되면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 차질이 생겨 재산 피해가 발생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양측의 대립과 긴장 상황은 10월12일 대구시의회에서 안건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됐다. 다행히 시의회에서 안건 심사 유보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은 일단 막게 됐다.

현재 상황을 봐선, 대구시가 수정안을 제시하고 시의회가 이를 재논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반대 주민들도 시의 수정안이 나오면 그때 다시 대응 방법을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용적률을 둘러싸고 이 같은 갈등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은 근본적으론 대구시의 오랜 경기침체 상황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용적률 조항이 애초 생긴 것도, 그 조항을 지금 다시 변경하려고 하는 것도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있는 지역경기 상황 때문이다.

현행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가 마련된 것은 2003년이었다. 당시 시는 장기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경기를 살리는 차원에서 파급 효과가 큰 건설 경기 활성화를 강구했고, 그 결과 수요가 많은 상업지역에 주거복합건축물, 즉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적률 기준을 최대 1천300%까지 높였다.

그리고 1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그사이 대구 도심의 교통 요충지이고, 가격으로도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에는 주거용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무더기로 들어서게 됐다.

오랜 세월인 만큼 일각에서는 그사이에도 당연히 우려하는 소리가 있었다. 도시의 공간 이용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지정한 상업지역에 상가나 사무실이 있는 업무용 고층빌딩이 들어서는 대신, 주거용 초고층 건물만 들어서게 되면서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적률 논란이 불거진 지금도 지역에서는 용적률 기준에 대해 시각이 엇갈린다. 건설업계나 재건축·재개발이 향후 가능한 지역의 시민들은 용적률을 낮추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이들은 “용적률을 제한하려는 시의 입장에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지난 2003년과 비교할 때 지역경기가 크게 나아졌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용적률이 제한되면 당장 건설경기 위축이 우려되고, 또 지역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도심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현재 가시화되고 있어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건설 경기 진작이라는 한쪽만 보고 판단할 게 아니라 도시의 장기 균형발전, 주택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 용적률 400% 제한 추진

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은 대구시가 8월20일 입법예고해 9월16일 대구시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계획대로라면 10월12일 시의회 상임위의 안건 심사, 16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10월 말께 공포, 시행될 예정이었다.

애초 대구시가 밝힌 도시계획 조례 개정의 추진 배경을 보면, 현재 상업지역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교통난과 주차난이 악화하고 있고, 게다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도 최근 3년간 1천여 건이 넘을 정도로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또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체 지역의 균형 개발을 고려해야 하고 주택의 수급 조절 등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있었다.

현재 적용되는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의 상업지역 주거복합건축물 용적률은 △중심상업지역이 600~1,300%, △일반상업지역이 500~1,000%, △근린상업지역이 400~800%로 돼 있다. 시는 이를 조례 개정을 통해 △중심상업지역 1,300%, △일반상업지역 1,000%, △근린상업지역 800% 등으로 유지하되, 주거복합건축물의 주거용 면적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400%로 대폭 낮춰 제한할 계획이었다.

◆ ‘지역발전 가로막는 규제다’

용적률 제한 움직임에 가장 크게 반발한 이들은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 및 예정지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조례가 개정되면 현재 40층 이상으로 계획된 건물들은 20여 층으로 높이를 50% 이상 줄여야 한다. 아무 대책 없이 갑자기 조례를 개정해 이를 대구 전 지역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대구시가 수많은 시민의 재산 피해를 외면하는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체 면적의 44.2%가 상업지역으로 돼 있는 중구에서는 구청장 등 전 구민들이 나서 대구시에 조례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또 서구와 수성구 등에서도 재건축, 재개발 사업지 및 예정지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례 개정은 불량, 노후 주택 개발에 대한 희망을 짓밟는 행위다’‘지역별 개발 상황에 맞게 용적률 기준을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편 대구시의회에서 심사 유보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개정안 반대 시민들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구시가 완전히 철회한 것이 아닌 만큼 완전한 해결이 아니다. 대구시에서 내놓는 수정 개정안이 나오면 다시 검토해 보고 적절한 대응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반대 시민들로 구성된 비대위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 일단은 대구시의회서 급제동

12일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해 추가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를 유보했다. 김원규 시의회 건교위원장은 “현재 원안 가결이 힘들고 수정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위원들의 판단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의회에서 일단 조례 개정안 추진에 제동을 걸었지만 대구시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갈등이 재연될 여지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2018년 이후 주택경기 활성화로 올해만 대구에 3만여 가구의 공급이 예상된다. 상업지역 주상복합건물 공급 증가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 주택시장은 연간 1만2천500가구가 적정 수요인데, 2018년 2만5천 가구, 2019년 2만8천 가구, 2020년 3만 가구 등으로 몇 년째 초과 공급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2019년에는 주택사업승인 25개 단지 1만6천974가구 중 18개 단지 1만2천883가구가 상업지역의 주상복합건물이었고, 또 2020년에도(7월 기준) 대구의 주택건설 예정지 151곳 중 31곳(20.5%)이 범어네거리, 죽전네거리, 달성네거리 등의 중심상업지역에 있다는 것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12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중·서구 주민 100여 명이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12일 상업지역 주상복합건물의 주거용 용적률을 400%로 제한하는 내용의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에 대한 안건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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