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 2년째, 월배시장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살려내||상인들 매출 30% 증가, 대기업과의

▲ 대구 달서구 월배시장에 위치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월배시장점의 모습.
▲ 대구 달서구 월배시장에 위치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월배시장점의 모습.


“죽었던 시장이 살아났습니다. 노브랜드가 복덩이죠.”

대구 달서구 월배시장 손병식 상인회장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노브랜드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 게 주요 일과다.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대기업’ 이마트의 노브랜드를 유치한 지도 2년째. 노브랜드는 짧은 기간 동안 월배시장의 많은 것을 바꿨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1983년 개장한 월배시장은 특징 없는 흔한 동네시장이었다.

여느 전통시장처럼 대형마트 입점과 시장에 대한 기피 분위기, 노후화까지 겹치며 내방객이 급격히 줄었다. 이마트 월배점은 2001년 4월 개장했다. 월배시장 상인들은 이마트가 손님을 다 뺏어 갔다고 여겼다.

서서히 몰락하던 월배시장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원수’로 여겨 왔던 이마트다.

손 회장은 “당시 전통시장 안에 대기업이 들어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던 분위기였다. 대구는 보수성향의 도시라 더욱 그랬다”며 “그러나 이마트의 제안을 듣고 나니 다시 희망이 보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월배시장은 내방객이 줄며 상인들도 떠나가 상가 절반 이상이 공실로 남아 있었다. 시장 중앙의 대형 상가가 통으로 공실로 남아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손 회장은 골칫거리로 남아 있던 상가 건물에 노브랜드를 입점시키기로 하고, 인근 상인들 설득 작전에 들어갔다.

쉽지 않았다. 공사가 시작되자 ‘대기업은 전통시장에서 물러나라’라는 피켓이 등장하는 등 시위가 이어졌다. 극심한 반발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손 회장의 끈질긴 설득에 상인들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

상생스토어는 이마트가 전통시장과의 공존을 목적으로 시작한 사회공헌활동이다. 노브랜드를 시장 내 공실 점포에 입점시킴으로써 젊은 고객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노브랜드가 시장에서 질 좋은 공산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자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브랜드 방문객들이 전통시장으로 그대로 유입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젊은층을 붙잡기 위한 어린이 놀이터, 쉼터, 커뮤니티센터 등 여가공간과 문화공간을 접목시키며 침체된 전통시장을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살려냈다.

노브랜드 입점 전 50여 개에 불과하던 상가는 2년이 지난 현재 73개 매장과 29개 노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손 회장은 “노브랜드 입점 후 상가 상인들의 매출이 주말에는 30~40%, 주중에는 20% 이상 늘었다”며 “젊은 층이 늘었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노브랜드를 찾은 손님들이 전통시장에도 유입되며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시장 업종도 바뀌었다. 옷이나 속옷 등 공산품 위주의 시장에서 먹거리 매장들이 대폭 늘었다.

손 회장은 “대기업과 전통시장은 충분히 함께 공존할 수 있다. 우리가 바로 그 증거”라며 “지자체에서도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기업 죽이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에는 월배시장 외에도 2개의 상생스토어 매장이 더 있다.

구미 선산시장과 안동구시장에 입점한 노브랜드 매장도 시장의 구심점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젊은층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시장뿐만 아니라 노브랜드 매장의 매출도 매년 신장 중이다. 입소문이 돌아 다른 전통시장에서도 유치 신청이 늘어나는 중”이라며 “이마트는 전통시장과의 공존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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