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석 기상청장
▲ 김종석 기상청장
김종석

기상청장

바이러스와 기후변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이 두 단어는 의외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구가 하나의 생태계인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국가,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비롯된 생태계 파괴로 인해 살 곳을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목축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새로운 패턴의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간으로 인한 환경 파괴로 야생동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은 계속 줄어들고 동물과 인간이 부딪히는 공간이 증가함으로써 바이러스 또한 자연스레 인간에게 옮겨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은 수십 년 동안 제기돼 왔으며 인간의 활동은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산업화 이후 인간은 많은 산업발전과 함께 지구의 자정 능력을 뛰어넘는 많은 양의 탄소를 공기 중에 배출시킴으로써 지구 환경을 파괴해 왔다. 그 결과 약 100년 동안 인간 활동에 의해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가량 상승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감염성이 높은 바이러스 및 질병의 전염률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열대 바이러스 질병의 일종인 에볼라출혈열, 지카 바이러스 열 등이 지구온난화를 통해 전파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열대 바이러스성 질병은 모기, 진드기를 포함한 절지동물에 의해 인간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상당한 관계가 있다.

지난 1월22일 발표된 미국의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 등 외신에 의하면 미국과 중국의 공동 연구진이 티베트 고원의 빙하 속에서 채취한 빙하 표본 속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고대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즉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과 고산지역의 빙하가 해빙되면서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고대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16년에 북부 시베리아에 속하는 러시아 야말 지역에서 탄저균이 퍼지면서 어린이 1명이 사망하고 유목민 72명이 감염됐으며 순록도 200여 마리가 감염으로 죽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테러로 의심했으나 조사결과 탄저균의 발발 원인은 지구온난화였다. 영구동토였던 시베리아에 이상고온이 이어지면서 고대의 동물 사체와 분비물이 지표로 드러나게 됐다. 이에 사체와 분비물에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함으로써 생긴 비극이었다.

즉 기후변화는 바이러스나 감염병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기후변화는 병원체와 매개체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있는 것들의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과 강우 패턴의 변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병원체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고 병원균은 더 쉽게 옮기도록 변한다. 또한 강수량, 습도, 기온, 일조량 등의 기후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아 감염병 매개체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감염병의 발생 빈도도 증가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활양식과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기후와 인간, 생태계는 서로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 면 다른 한쪽이 건강해지기 어렵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생기는 자연 및 생태계 파괴는 무서운 바이러스들을 불러일으키고 우리 인류, 특히 미래세대는 계속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버리는 일회용품들, 매일 쓰는 세제 등 환경을 오염시키는 작은 습관부터 하나씩 바꿔나간다면 조금이나마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각종 바이러스나 전염병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기상재난이 우리에게 새로운 형태로 찾아올 것이다. 바이러스 보다 무서운 기후변화를 위해 행동해야 할 때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