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상생방안 찾아라

대기업의 국내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예상한 대로 기존업계의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자신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초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국회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 업체가 반드시 중고차 매매사업을 해야 한다며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관련 규정의 지정 시한이 만료됐다. 기존업체들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으나 동반성장위원회가 부적합 의견을 내면서 정부의 최종 판단만 남아 있는 상태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간 22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총 224만 대가 거래됐다. 178만 대가 팔린 신차의 약 1.3배 수준이다. 거래업소는 대구 700여 개(종사원 5천여 명) 등 전국적으로 6천여 개(5만5천여 명)에 이른다.

현재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품질 평가, 가격 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상태 불신’이 49.4%로 가장 높았고 이어 ‘허위·미끼 매물 다수’ 25.3%, ‘낮은 가성비’ 11.1%, 판매자 불신 7.2% 등 순이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는 51.6%가 찬성했다.

이같은 소비자 불신의 원인은 품질과 가격 평가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업계에 대한 보호책 없이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독점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다. 현대차(기아차 포함)는 이미 국내 신차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현대차가 전국적 판매망과 소비자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고차 매물과 소비자를 싹쓸이하면 기존업계가 고사하게 된다.

점유율을 제한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대기업은 보증기간(최대 5년) 내 중고차만 판매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중고차 업계는 5년 미만의 인기매물만 독점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라고 반발한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진출 허용문제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면 안된다. 시장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시스템 개혁과 동시에 기존 영세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장치도 간과해선 안된다. 상생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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