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력 부재 야당, 웰빙 정당 한계 드러내||전광훈 목사와 결별, 칼 잃은 보수 타격

홍석봉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의 개천절 및 한글날 집회 금지 조치는 야당인 ‘국민의힘’으로서는 땅을 칠 일이었다. 연이은 정부 여당의 실책을 광장에서 성토하고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호기였는데 모두 날려버렸다. 야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빌미 삼은 정부의 집회 원천 차단 조치에 손발이 묶였다.

규탄 집회는커녕 코로나 방역 성공을 자찬하는 정부 여당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국회에서조차 거대 여당의 힘에 짓눌려 기를 못 편다. 국민의 생명이 박탈당해도 눈뜬 장님이 되고 국민을 우롱하는 장관의 군기잡기는커녕 되레 농락당하고 있다. 김정은의 악어의 눈물에 감읍해 고개 조아리는 정부 여당을 대변인 발표로 공박하는 게 고작이다. 북한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문재인 정권과 집권 여당의 구차한 변명에도 먼 산 불구경하듯 한다.

국민의힘은 반짝 뒤집었던 지지율도 점점 뒷걸음질하고 있다. 고질인 계파정치가 꿈틀대고 상임위원장 자리다툼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의 후보는 넘치지만 산뜻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국민의힘은 변할 생각이 없다. 처절한 패배도 벌써 잊었다. 말로만 자성하고 자기 쇄신과 혁신을 부르짖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투쟁력 부재 야당, 웰빙 정당 한계 드러내

야당은 치열함도 없다. 투쟁은 실종됐다.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없다. 무기력한 모습만 보인다. 웰빙 정당의 한계다.

국정감사장에서조차 존재감이 없다. 머릿수를 앞세운 여당은 불리한 증인 신청은 모조리 퇴짜 놨다. 야당은 ‘간사직 사퇴’라는 매가리없는 저항이 고작이었다. 국감에서 결정타 한방 못 날리고 있다. 정권의 실정을 들춰내고 심야에 질의하라는 뚱딴지같은 소리만 내뱉고 있다. 초라한 제1야당의 면모다. 좌표를 상실한 국민의힘은 방향타까지 잃고 헤매고 있다.

정부 여당에 그냥 질질 끌려가고 있는 국민의힘은 대응할 마땅한 무기도 수단도 없다. 특히 보수진영의 선봉장 노릇을 해온 전광훈 목사의 태극기부대와 결별이 뼈아프다. 야당에는 ‘문빠’ 같은 광적인 세력이 없다. 전광훈 목사의 저돌성이 코로나 확산의 기폭제가 되면서 광화문에 태극기부대가 설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전 목사는 감옥에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전목사와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터였다.

그동안 전광훈 목사는 보수진영의 장외투쟁을 주도하며 반 문재인 정부의 아이콘이 됐다. 태극기부대와 함께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다. 웰빙 야당이 하지 못하는 투쟁력을 보여주었다. 수백만 명을 동원하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막말 발언과 천방지축인 전 목사와 함께 한 순간 야당에게는 독이 됐다. 계륵이었다. 국민의힘은 결국 ‘손절’ 했다.

여론도 돌아섰다. 개신교계는 전 목사가 사회적 공분을 사고 거룩한 복음을 이념으로 종속시키며 정치집단화했다고 비난했다. 전 목사와의 선 긋기와 처분을 요구했다. 교계는 전 목사의 이단 여부를 논의했으나 판단은 보류했다.

-전광훈 목사와 결별, 칼 잃은 보수 타격

야당의 전광훈 목사와 결별했지만 결국 제 눈을 찌른 격이 됐다. 잇따라 터지는 정부 여당의 실정을 공격하고 나설 전위부대가 없다. 대단위 집회 대신 SNS 등 다른 통로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못했다.

보수진영에서 전광훈 목사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투쟁력 부재의 야당에겐 큰 타격이다. 야당 일각에서도 극단적인 투쟁은 자제하는 선에서 전 목사를 끌어안아야 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권은 끊임없이 힘으로 밀어붙인다.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고 했지만 소귀에 경읽기다. 정작 필요한 야당에는 칼이 없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국민의힘은 힘 빠진 정부 여당에 속수무책 밀리고 있다. 반사이익 기회조차 날려버렸다.

집권 여당은 야당을 얕잡아본다. 국민들의 비호감 벽은 높다. 좌클릭하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지도력은 의심받고 흔들린다. 대안 정당 이미지 구축은 실패했다. 대권주자는 많지만 차기 지도자감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빌빌대는 야당은 처음이다. 국민은 울화통만 터진다. 이럴 바엔 차라리 야당 간판을 내려라.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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