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필묵의 변주를 느껴보는 회고전

▲ 수성아트피아 10월 기획전으로 ‘작고작가 현송 정치환’전을 진행한다. 사진은 '1993 靑谷'
▲ 수성아트피아 10월 기획전으로 ‘작고작가 현송 정치환’전을 진행한다. 사진은 '1993 靑谷'
‘독특한 묵법의 변주로 수묵의 교향악을 연주한다’는 평을 받아 온 현송 정치환 화백의 향기를 되짚는 전시가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열린다.

해방 이후 한국화단 2세대에 속하는 그는 1970년대 초 전통적인 한국화의 뿌리가 없었던 대구에 정착해 영남지역 한국화단에 한국화의 현대화라는 큰 족적을 남긴 화가다.

수성아트피아 10월 기획전으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먹물을 퍼뜨려 번지게 표현하는 ‘발묵법’과 처음 쓴 먹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농담을 조절하면서 그림을 완성 시키는 ‘파묵법’으로 표현한 평면작품 30여 점과 영상 아카이브로 구성됐다.

33세 되던 1975년에 대구백화점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전통 남화풍이 주류를 이루던 대구화단에 한국화의 동질성 추구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한화회’를 창립하기도 했다.

또 허백련 예술상과 대구시 문화상 등을 수상하고 100여 회가 넘는 단체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그는 묵법과 필법의 효과를 잘 살린 작가로 회자된다.

▲ 수성아트피아 10월 기획전으로 ‘작고작가 현송 정치환’전을 진행한다. 1978 劫(겁)
▲ 수성아트피아 10월 기획전으로 ‘작고작가 현송 정치환’전을 진행한다. 1978 劫(겁)
동양정신에 뿌리를 두면서 다양한 묘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그의 그림은 전통의 토대 위에 현대적인 정서와 감각을 두루 버무리고 우려냈다는 평이다.

수성아트피아 서영옥 전시팀장은 “한국화에서는 사실적인 표현 이상으로 기를 중요한 위치에 둔다”며 “정 화백의 작품 ‘氣 III’, ‘곡(谷)’, ‘가을’, ‘맥(脈)’, ‘춘(春)’, ‘팔공설화’와 같은 작품에서 자연의 경외와 생동하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의 만남, 순수조형과 서정적인 표현의 만남을 화면의 주요구성논리로 삼았던 그는 대상들을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로 겹쳐 나타내기도 했다.

평필로 농담을 달리하거나 수묵으로 화면을 덮는가 하면 채색을 곁들이기도 한다. 이런 그의 작품에서 작가의 인생관과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읽혀진다.

내면의 소리를 민감하게 반영하면서 변화의 첨단을 걸어왔던 청치환 화백은 작고한지 올해로 다섯 해가 지났다.

▲ 수성아트피아 10월 기획전으로 ‘작고작가 현송 정치환’전을 진행한다. 1989 淸山
▲ 수성아트피아 10월 기획전으로 ‘작고작가 현송 정치환’전을 진행한다. 1989 淸山
이번 전시는 고 정치환 화백의 업적을 기리며 다양한 필묵의 변주를 느껴보는 회고전이다.

생전 대작 위주로 작업해 온 때문에 전시작품수는 30여 점뿐이지만 그가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중요 변환기의 작품이 주로 전시돼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전시다.

수성아트피아 정성희 관장은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후진들에게 새로운 예술의 길잡이 노릇을 해준 작가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이젠 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지만 작가가 대구 한국화에 남긴 우직한 행보는 많은 사람들이 추억 할 것”이라고 했다.

현송 정치환 선생이 생전에 남긴 평면 회화작품과 유품들을 전시하는 이번 행사는 오는 20일~25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다.

▲ 수성아트피아 10월 기획전으로 ‘작고작가 현송 정치환’전을 진행한다. 1987 脈 V
▲ 수성아트피아 10월 기획전으로 ‘작고작가 현송 정치환’전을 진행한다. 1987 脈 V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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