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가다 (73) 와이와이골드팜

발행일 2020-10-21 16: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IDA가 지정한 밤하늘보호공원인 영양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장은 우리의 놀이터, 즐기면서 일하는 낭만농부

자연 농법으로 키우는 ‘별빛아래 못난 맛 사과’ 맛은 최고

황인출·김성 대표 부부가 잘 익어가는 사과를 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청정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청정지역에 대한 평가기준 중에 하나가 밤하늘의 별빛이다.

밝은 별빛은 공기가 맑다는 것과 직결된다.

도시화가 될수록 별빛은 흐려지기 때문이다.

IDA(국제밤하늘보호협회)에서는 별빛이 밝은 밤하늘을 지키고자 2007년부터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을 지정해 오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30개 지역이 지정됐고 아시아에서는 2015년 영양군이 최초로 뽑혔다.

청정지역이라는 것을 IDA가 인정한 것이다.

이에 발 맞춰 영양군에서는 2016년부터 별빛예보를 발표한다.

일기예보는 흔하지만 별빛예보는 드물다.

이같은 영양의 밝은 별빛에 매료돼 둥지를 틀었다는 강소농이 있다.

쏟아지는 별빛에 목욕을 하고, 창문을 노크를 하는 달빛의 맑은 소리를 듣고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청정지역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낭만농부를 만나본다.

‘와이와이골드팜’의 황인출·김성 공동대표가 주인공이다.

부부는 지난해 2만여 ㎡의 과수원에 사과를 재배해 8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는 고추 6천여 ㎡를 재배해 소득원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와이와이골드팜 김성 대표가 잘 익은 사과를 들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천생연분, 별빛 아래에서 만나다.

주변에서는 이 부부를 환상의 커플 또는 찰떡궁합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날의 인생항로를 보면 부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삶을 살아온 듯하다.

남편인 황인출 대표는 10살 때부터 ‘주경야독’을 했다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서울에서 시계 케이스를 가공하는 임가공제조업을 경영했었다.

한 때는 잘 나가는 사업가라는 소리도 들었으나 경기불황으로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위암 진단까지 받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을 추스르겠다면서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안동에서 사과과수원을 빌려 체험농장을 운영했다.

아내 김성 대표는 20대에 일본으로 건너가 모터스포츠 전문기자로 활동했었다.

이후 모터스포츠 한국대회 준비 책임자로 와서 1년 동안 활동했으나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일본 본사로부터 철수명령을 받았다.

출국 전에 한국의 농촌을 구경하던 중 안동에서 사과체험농장을 운영하던 황 대표를 만났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은 함께 농사를 짓기로 의기투합했다.

김 대표는 일본행은 포기했다.

부부는 안동에서 2년간 과수원을 운영하다가 영양으로 자리를 옮겨 정착했다.

황인출·김성 대표 부부가 익은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 아직도 연습농부

부부가 영양에 둥지를 튼 이유가 흥미롭다.

농사꾼이 농업의 기본인 땅과 물을 본 것이 아니라 별빛을 봤다고 한다.

밤하늘의 별빛이 너무나 아름다워 이곳에 정착하기로 했단다.

다분히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결정이었다.

농사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황 대표가 혼자서 사과농장을 운영 할 때도 그랬고, 부부가 함께 농사를 시작할 때도 농업기술센터의 존재도 몰랐다.

무슨 일을 하는 곳 인지도 몰랐을 정도.

그러나 농사에 대한 계획은 치밀했다.

먼저 제1차 영농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5년 안에 안정적으로 생활 할 수 있도록 집과 농지를 확보하고, 농기계와 저온창고를 확보하는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진행했다.

교육을 통해 영농기술을 익히는 건 기본이었다.

이제 1차 계획은 완료했다.

지금은 이웃 주민과 상생하는 제2차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농사의 ‘농’자도 몰랐던 부부는 이제는 농업교육을 통해 농사기술을 익히고 지역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해 나가고 있지만 스스로 ‘아직도 연습농부’라며 겸손하게 말 한다.

와이와이골드팜에서 재배한 잘 익은 사과.
◆ 자연 농법으로 키우는 ‘별빛아래 못난 맛 사과

별빛이 아름다운 청정지역에서 깨끗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부부의 꿈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완전히 배제 할 수는 없지만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주로 친환경 약제를 만들어 사용한다.

알코올 함량 99%의 주정(酒精)에 은행잎과 열매를 넣고 2년 동안 숙성시킨 후에 친환경 약제로 사용한다.

주변에 널려 있는 쇠비름도 친환경 약제 재료가 된다.

쇠비름으로 삶은 물을 500배로 희석해 살포한다.

쇠비름을 설탕과 혼합해 1년간 숙성 시킨 후 액비로 만들어 사과나무에 관주한다.

야채로 먹는 상추를 분쇄해 액즙을 만들고, 가지나 토마토 무 배추 등 야채류에 뿌린다.

예전부터 상추에는 벌레가 없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자연의 맛을 내고자 착색제와 과실 비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과수원 바닥에 착색필름도 깔지 않는다.

당연히 크기도 작고 색깔도 선명하지 않다.

그러나 자연의 맛은 살아 있다.

그래서 ‘별빛 아래 못난 맛사과’라고 브랜드 네이밍을 했다.

이 브랜드에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장의 모든 것을 담았다.

◆ 구전마케팅으로 100% 직거래

농사를 모르는 부부의 눈에는 농산물 공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유통시스템이 의아하게 보였다.

공급자인 농민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유통업자가 결정하는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농민이 가격을 결정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직거래에 도전했다.

관건은 직거래를 할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고객을 농장으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객들에게 농장을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봄에는 사과꽃축제, 가을에는 사과수확체험을 한다.

한 그루당 10만 원에 사과나무도 분양한다.

분양받은 나무의 사과는 모두 가져가지만 30㎏이 되지 않으면 부족량을 채워준다.

8년생 한 그루에서 대략 50㎏ 이상 수확되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없다.

병해충 방제와 시비는 농장에서 하고 적과와 수확은 고객이 한다.

분양을 받은 고객들은 평균 4회 정도 농장을 방문한다.

자녀들에게는 좋은 체험학습장이 된다.

과수원의 모습은 ‘뉴스레터’로 전해 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단골 고객을 늘려 나간다.

구전마케팅 덕분에 100% 직거래가 가능하다.

-황인출 대표가 부인인 김성 대표에게 올해 완공한 사과 저장용 저온창고의 활용계획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과수원은 부부의 놀이터

과수원은 낭만농부의 놀이터다.

아침이면 과수원으로 일이 아니라 놀러 간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이제는 이웃 집 할머니도 “또 과수원에 놀러가?”라고 묻는다.

부부에겐 전정작업도 ‘놀이’고 수확도 ‘놀이’다.

일을 놀이로 생각하면 즐겁게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부의 지론이다.

풀을 베다가도 힘들고 더우면 그늘에 자리를 펴고 쉰다.

간식을 먹고, 낮잠도 즐긴다.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는다.

높은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일은 유격체험이란다.

일을 놀이처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고 한다.

다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게으른 농부는 아니다.

지난 겨울 전정작업을 하던 황 대표가 눈을 다치자 아내인 김 대표가 억척스럽게 전정작업을 마무리했다.

두 달 넘게 걸렸다.

사과 수확철이 다가오자 부부는 “이제 슬슬 유격체험을 준비한다”고 말한다.

높은 사다리를 계속 오르내려야하기 때문이다.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욜로족(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 낭만부부의 얼굴은 언제나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김성 대표가 자동 선별기를 통해 사과를 무게별로 선별하고 있다.
◆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삶

2차 5개년 농업계획은 상생협력이다.

인근 주민과 귀농인이 함께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각자가 가진 기술과 특기를 모아서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농사기술자, 농기계 기술자, 마케팅전문가, 토목건축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작업이다.

상생협력을 통해 제값을 받는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고, 귀농인에게는 농사기술을 전수해 조기정착을 돕는 것이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휴가철엔 팬션으로 활용하고 농사철엔 계절 근로자들의 숙소로 활용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우수 농산물과 청정한 환경을 융합하는 치유체험의 길도 준비한다.

‘혼자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실현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낭만농부의 꿈이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동률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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