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은 독감(인플루엔자)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접종 후 숨진 사람이 지난 16일부터 7일간 무려 25명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독감백신 공포가 급속 확산되는 것은 당연하다.

숨진 사람들은 인천의 고교생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령층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다. 보건 당국은 전문가 회의를 거쳐 “백신과 사망의 직접적 연관성이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들이 특정 회사의 백신이나 동일한 제조번호 제품을 맞았다면 백신의 문제일 수 있지만 제품의 종류와 지역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2건 정도에서는 독감백신의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급성 과민반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추적조사 결과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체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무료 접종 초기 전국 의료기관마다 장사진을 이루던 대기 행렬이 사라졌다. 당국에서는 “예방접종은 특히 고령이나 어린이, 임신부들의 합병증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건강이 좋은 날 예약을 한 뒤 접종을 꼭 받으라”고 당부한다.

국민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짧은 기간동안 백신 접종 후 숨지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외지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고령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접종받지 말라고 만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영유아를 둔 부모들도 자녀 접종에 확신이 서지 않아 애만 태우는 형국이다.

사망자 대부분이 무료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료 접종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보건 당국은 무료 백신과 유료 백신의 차이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최근 수송과정에서 발생한 백신 상온 보관, 흰색 침전물 등의 사례가 불신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 단계에서 가장 급선무는 백신과 사망의 정확한 연관 관계 확인이다. 보건 당국이 부검 등을 통해 숨진 사람들의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2주 정도가 걸릴 예정이라고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모든 의문이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 원인을 규명하는 사이 희생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확한 사인이 규명될 때까지 노령층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접종만이라도 잠정 중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독감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사안이다. 효율성만 앞세울 때가 아니다. 보건 당국은 백신과 사망의 인과 관계가 없다는 설명이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