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결국 시‧도민의 뜻 수렴해야

대구‧경북 그랜드포럼 세션2,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밝히는 상생의 미래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밝히는 상생의 미래’ 주제의 세션2에서 (왼쪽부터) 대구·경북연구원 나중규 박사,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김태일 공동위원장, 대구시의회 윤영애 기획행정위원장, 경북도의회 배진석 기획경제위원장, 상주시 상공회의소 신동우 회장(나노 대표이사) 등이 패널로 참석해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행정통합 공론화 의제가 지역사회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가장 중요한 의제입니다. 통합 의제에 있어 본질과 속성은 무엇인지, 시‧도민들과 함께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27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개최된 ‘2020 대구‧경북 그랜드포럼’ 세션2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밝히는 상생의 미래’를 주제로 행정통합에 대한 지역사회의 요구와 통합의 필요성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김태일 공동위원장은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경북이 처한 현실에서 행정통합은 지역혁신의 마중물이고 새로운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지역의 꾸준한 발전을 위해 비전을 만들어야하는데 이런 재원들이 우리에게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양의 전환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행정통합을 통해 나아가는 가치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이라는 것은 수단이다. ‘수단으로 무엇을 이룰것인가?’라는 가치와 목표가 설정되고 공유되지 않는다면 통합은 의미 없다. 칸트명제를 패러디해보자면 비전 없는 통합은 맹목이고 통합 없는 비전은 공허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2020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합의해 공론화위원회 구성 합의에 이르렀다며 숙의 과정의 핵심인 공론화위원회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공론화위원회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도민의 숙의 능력과 이성적인 판단을 믿고 가고자 한다. 많은 이해관계와 찬‧반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합리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계기로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민주적 역량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경북연구원 나중규 선임연구위원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기본구상’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나 연구위원은 행정분리 이후 인구와 생산은 크게 떨어지고 있으며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1년 대구와 경북이 행정분리 이후 인구는 정체수준에 고령화율은 대구 14.6%, 경북 19.2%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내총생산 수치인 GRDP도 4.3%, 7.5%에서 2.9%, 5.9%로 각각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와 경북의 경쟁력은 객관적인 수치로 드러나듯이 10년 동안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지역 경제가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기본구상에 대해서는 한쪽의 흡수가 아닌 일대일 대등통합, 특례에 중점을 둔 지방분권형 통합, 중앙과 지방과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상생통합, 지방과 주민의 주도로 이루는 상향식 통합 방법을 기본 원칙으로 꼽았다.

나 연구위원은 “시‧도민들의 찬성 의견 없이는 논의가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바로알기과정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대구와 경북이 하나가되면서 500만 명의 글로벌 도시를 만들겠다는게 가장 큰 목표인데 경북의 23개 시‧군과 대구 8개 구‧군을 존치하면서 새로운 지방정부를 창설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행정통합을 하면 당장 가시적인 효과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이 사안을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합된 특별정부를 통해 군위‧의성의 신공항과 포항의 신항만을 연결해 혁신거점을 만듦과 동시에 통합된 경쟁단위를 만들 수 있다. 통합효과는 단기적으로 나오기보다 중장기적 효과가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에 인구나 소득이 늘지 않아도 경쟁단위 기반이 만들어지기는 것에 가치가 있다. 현재 대구‧경북이 특정 사안에 대해 경쟁하는 어려운 점들도 있는데 통합을 통해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에서 대구시의회 윤영애 기획행정위원장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낼 수도 있음을 경계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윤 위원장은 “컬러풀, 메디시티 대구 등 아이덴티티 부여가 미래가치 창출에 주요한 부분이다. 대구와 경북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것은 시‧도민들도 공감하고 있을 것이지만 단순히 합치면 지역의 가치가 오른다는 식의 자세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통합위원회가 2022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기간을 정해놓고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자치단체가 적어도 내년 하순까지 주민투표와 법률 제정 등 촉박한 상황에서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도 분명 있다. 이런 시민에게 불편을 드리지 않아야하는 것도 위원회의 의무이며 이런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북도의회 배진석 기획경제위원장은 행정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그는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에 대해 안동·예천권역을 중심으로 한 경북북부권의 반발과 우려가 심하다고 했다.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 위원장은 많은 이들이 행정통합이 되면 이제야 겨우 자리 잡은 경북도청이 동력을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배 위원장은 “대구에서 취수원, 군 공항 등 각종 혐오시설은 경북으로 빠지고 돈이 되는 산업, 서비스, 문화, 예술 등은 대구로 들어가고 있다”며 이른바 ‘빨대 효과’를 우려했다.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경북권에서도 주요 시설이 대구로 빠지고 경북은 빈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는 것이다.

배 위원장은 “현재 경북은 절박한 심정이다. 소멸의 위기 속에서 어떠한 시도라도 해 보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스럽다”며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막연하게 통합이 되면 나아질 것이라는 낙천적인 상상은 도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정통합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배 위원장은 상향식이 아닌 하향식 통합이다 보니 선거가 가까이 오면 정치적인 입김이나 정치적 상황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행정통합이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배 위원장은 “행정통합은 지방 차원이 아닌 국가적인 아젠다로 가야 한다”며 “제도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선 어려운 길을 가게 될 텐데 엄청나게 큰 노력과 소모될 것들이 많다. 심히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이어서 토론자로 나선 나노대표이사 신동우 회장은 기업가의 입장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바라봤다.

신 회장은 “무엇이 생겨서 소멸되거나 성장하는 데는 자연 법칙이 존재한다. 무엇이 생기면 일정규모 이상을 유지하면 성장하는데 탄력을 받지만 수축 국면에서 죽는다. 기업하는 입장에서 타 지역으로 인재유출이 심하다. 행정통합이 되면 지역의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떤 사안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하면 현명하고 똑똑하다 소리 듣고 반대로 성공가능성이 낮다는 소리를 듣고 밀어붙이면 무모하다는 소리 듣는다. 하지만 비판을 많이 한사람들이 역사에 기여하는 바는 없다”며 “묵묵히 어려운 일임에도 밀고나가는 사람들이 역사에 기여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권종민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