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선생님, 우리 아이는 지난해까지는 성적이 선두권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개학이 계속 연기되고 학교에 안 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아이 아빠는 아이가 중1 때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아이 둘을 키우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아이는 알아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학교 선생님께서도 우리 아이가 수업 태도도 좋고, 매사에 적극적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선생님, 잘하던 아이가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성적이 비슷한 친구들은 학원에 나가거나 개인 지도를 통해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데 자신은 그럴 형편이 안 되니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이는 점점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했습니다. 결국 공부를 포기했다며 집에 오면 게임만 합니다. 제가 설득할 능력도 없고 아침이면 또 일하러 나가야 합니다. 아이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습니까?” 고2 어머니가 보낸 편지다.

비대면 수업은 학습격차를 크게 벌려 놓았다.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차이,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 학생-교사 간 소통의 한계, 학생의 사교육 수강 여부, 학습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의 차이” 등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학습격차의 주된 요인이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겸 운영위원장은 “문제는 이들 5가지의 원인 중 3가지가 소득 수준에 따라 좌우되는 요인이고, 공교육 시스템을 통한 대면 수업이 사라지면서 소득 수준에 따른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습격차의 요인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아이 옆에 누가 있는가’이다. ‘누구와 시간을 보내는가’가 이 격차에 관여한다. 학생들에게 등교 수업이 없는 날 어디에서 낮 시간을 보내는지를 물었을 때, 계층에 상관없이 85% 이상의 학생이 ‘집’이라고 답했다. 다 같이 집에 있지만, 차이는 그 시간 ‘함께 있는 사람’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는 지적을 교육 당국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코로나19는 학습, 수면과 식사, 사회관계, 정서적 측면 등 모든 면에서 계층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2020년 국감에서는 소득수준에 따른 ‘학벌 대물림 심화’가 다루어졌다. 정찬민 의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신입생의 55%가 고소득층이었다. 서울대 신입생의 63%가 소득 9·10구간으로 분류됐다. 소득 9·10구간의 월 소득액은 평범한 사람들의 입이 벌어지게 한다. 올해 기준 9구간의 월 소득 인정액은 월 949만8천348원 이상, 10구간은 월 1천424만7천522원 이상이다. SKY 대학 의대 신입생 중 74%가 고소득층이고, 서울대 의대는 부유층 비중이 최근 3년간 46%에서 84.5%로 폭증했다고 밝혔다. “부모의 소득에 따른 교육 지출 능력 차이가 자녀의 학력 격차로 이어져, 부가 학력으로 대물림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군비 경쟁 수준의 사교육비 지출’이란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국정 감사에서 수능 위주 전형 40% 확대 계획을 재확인하며, 이를 대입공정성 강화 방안이라고 했다. 이 역시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한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가진 자가 유리하다는 것은 여러 조사 결과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어머니의 편지와 몇몇 자료를 훑어보면 중하위 계층 가정이 겪는 자녀교육의 고통과 좌절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다. 학습 도우미 파견의 확대, 한부모 가정을 위한 실질적인 학습지원 프로그램 제공 등은 당장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은 한 정권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당과 정파, 진보와 보수를 초월한 범국민적인 기구를 만들어 단기적 교육 격차 해소 방안과 함께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균등한 기회의 보장, 아직도 위력이 여전한 명문대 중심의 일자리 경쟁, 직군 간의 지나친 임금 불균형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계층이동 사다리의 복원과 불평등 해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더욱 벌어지고 있는 교육 격차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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